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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지난 2018년 국제 ICR 콘퍼런스에서 미국 햄버거 체인 레드로빈이 음식 나르는 러너의 일자리를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홀 서빙이 서버와 러너로 나뉘어 있어 서버는 주문을 받고 러너가 음식을 나른다. 글로벌 지점이 560개나 되는 이 음식점 체인에서 수천명의 정직원과 파트타임 포지션이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인건비 부담이 커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파급효과는 컸다. 러너가 해야 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은 고스란히 서버 몫이 됐다. 당연히 서버들은 더 지쳤고,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 이것이 이 외식업체 체질에 악영향을 미칠 치명타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지만 당장에 문을 닫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비스 질이 떨어졌고, 손님과 매출은 줄어 급기야 2019년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올해 6월에는 투자자들에게 코로나19 영향으로 회사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경고 메시지가 전달됐다. 자칫하면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1969년에 오픈한 유명 햄버거 체인이 없어질 위기에 부닥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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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식당에서 러너 자리를 없애고 인건비를 절감한 것은 레드로빈이 처음 아니었다. 칠리스와 같은 체인 식당들이 러너의 포지션을 없앴고, 그로 인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식당이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패스트 캐주얼 푸드 식당이 훨씬 더 적은 직원 수로 더 양질의 음식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로빈과 같은 햄버거 체인 셰이크섁은 패스트푸드처럼 줄을 서서 주문, 서버 일자리를 없앴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인건비에서 아낀 돈으로는 음식의 질을 더 높였다.

이러한 패스트 캐주얼 식당의 트렌드는 일반 캐주얼 시장을 매년 10% 이상 잠식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외식업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패스트 캐주얼 식당이 일반 식당 시장을 잠식할수록 일자리는 줄고 있다. 정작 일반 식당 운영 입장에서는 사람을 채용하기 어려워서 고생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채용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서 힘든 일을 나눠 함께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것이 매출 제약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한다.

통계에 따르면 대략 80% 식당이 필요한 수의 직원을 뽑지 못한 채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취업이 다들 어렵다고 하면서 막상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는지 이유를 우리는 잘 안다. 식당 일은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당 일은 고되다. 서버들은 하루 평균 5~10㎞를 걷는다. 온종일 앉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극한의 직업이다. 식당일이 '커리어'가 되기도 쉽지 않다.

필자는 많은 외식업 종사자를 만났지만 서빙을 아르바이트로 생각할 뿐 '커리어'로 생각하는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그래서 이 일자리는 높은 비중으로, 한국·미국 모두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에게 이 일이 덜 힘든 것도 전혀 아니다.

러너의 포지션을 없앤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식당이 로봇 덕분에 재기하는 경우도 있다. 러너와 로봇 간 긍정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다.

러너를 다시 고용하자니 인건비 부담이 들고, 없이 운영하자니 고객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러너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육체 피로감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심리 압박,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수다.

오전에만 서빙을 위해 약 8㎞를 걸어야 하는 러너들은 로봇 도움으로 이동 횟수를 줄여 육체 피로감을 덜고 마음의 여유를 누리게 된다.

서빙 인력 일자리는 줄고 있고, 인력 감소에서 따라오는 매출 감소의 악순환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서빙 로봇은 이 사이를 메워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외식 기업이 선순환으로 전환하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j@bearrobotics.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