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14>'기능인의 날' 제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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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를 통찰해 보면서 우리 민족의 타고난 역량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도자기만 해도 우리 도공의 능력이 동아시아 근동의 가장 앞자리에 있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외국의 어느 도자기 마을에서는 조선 도공을 신처럼 추앙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하니 많은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예부터 기능이나 기술 재능이 타고났다. 단지 우리 역사에서 사농공상의 유교 가치관 아래 잠시 숨 고르기를 해야 했지만 낭중지추라 했듯이 타고난 재능을 숨길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는 국제기능경기대회를 비롯한 각종 세계 대회에서 재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우리나라 기능인에 대한 대우나 인식은 어떤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경제 지위 향상을 위해 대한민국 명장, 우수숙련기술자, 숙련기술전수자, 기능한국인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홍보 부족인지 이들 명칭의 차이점은 국민에게 그리 인식되지 못한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와 같은 기능인이 되기 위해 예비 숙련기술인이 애쓰는 것은 과연 올바른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국기능인회는 정부의 지원 및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심기 위해 '기능인의 날'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청소년 및 숙련기술 종사자에게 기능인의 날 제정은 숙련기술인이 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체계화한 관리와 로드맵 아래 양성되는 전문 숙련기술 인력이 되는 길임을 보여 줄 좋은 방법이다. 정부 주도의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출신 대부분은 삼성·현대 등 대기업에 취업해 부러움을 사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기술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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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인 1(일) 기능으로 1(일)자리 창출해 1(일)하자'의 의미로 매년 11월 11일을 고용노동부 주관 기능인의 날로 제정해서 기능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 기능·기술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기능인의 노고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이 현대조선을 만들기 위한 돈이 부족했지만 일본과 미국의 외면으로 어렵게 지내고 있을 때 영국 조선사 A&P애플도어의 찰스 롱보텀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롱보텀 회장이 비관 어린 말을 하자 정 회장은 주머니에서 거북선 그림의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펴 놓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걸 잘 보시오! 이 우리나라 지폐에 그려진 것은 거북선이라는 배인데 철로 만든 함선이지요. 당신네 영국의 조선(배) 역사는 1800년대부터라고 알고 있소.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이 철선, 거북선을 만들어냈지요. 한국의 잠재력이 바로 이 돈에 담겨 있다는 말이지요.” 결국 정 전 회장은 현대조선을 만들 수 있었고, 조선업계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영국보다 300년 앞선 철갑선을 우리가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 현재는 설계도면조차 없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처럼 기능인을 대우해 주지 않고 아무런 혜택도 없다면 앞으로 기능인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매일 아침 “나는 기능인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기능인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기능한국인이다”라고 되뇐다. 기능인 대부분이 비슷한 다짐을 할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기능인은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뒤를 따라오는 모든 후배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 중국 작가 루쉰은 “땅에는 원래 길이 없었는데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후배를 위해 지금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기능인이 많다. 후배가 더 잘 걸어갈 수 있게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다.

배명직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 회장 kiyang-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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