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포함해 내일은 역사서에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의 주인이 되기로 결정한 날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일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킨 후 한 말이다. 정말 우리는 노예에서 벗어났을까.
전세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62주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 실수요자들은 아우성치고 있다. 고공 행진하고 있는 전세금으로 4년 동안 불안하게 살기보다 차라리 내 집을 갖고 대출 이자를 내는 게 낫다는 인식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2040세대가 집을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융통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유럽 등 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세대별로 차등하거나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신혼부부의 LTV 경우 한도를 최고 80~90% 열어 둔다. 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TI)와 LTV를 모두에게 일률 적용하기보다는 차주 상환 능력, 세대별, 최초구입자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게는 LTV 규제를 파격으로 풀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SR) 적용 등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정부가 서민과 실수요자 LTV를 10%포인트(P) 확대하고 소득 기준도 부부 합산 연 8000만원 이하로 완화키로 했지만 중위 가격 9억원을 돌파한 서울 지역에서의 아파트 구매는 언감생심이다. 고소득·전문직은 혜택에서 제외된다. 이들 역시 결국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선 주택 구매 때 대출을 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같은 규제를 들이미는 것은 모순이다.
대출로 언제든지 집을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영혼까지 끌어들여서 집을 무리하게 구매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혁신과 규제 완화를 입으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을 세대별로 다르게 접근해서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 모두가 집의 노예에서 벗어날 것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