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책 과정서 언급 안돼"
주무부처 잦은 변경 탓 '소외'
전산화 안돼 공공 활용도 난관
문서 아닌 데이터 인식 전환을
전자문서가 '한국형 뉴딜'을 성공시킬 핵심 산업임에도 정부 정책에선 소외되고 있다. 민·관 데이터 활용과 비대면 산업 육성을 위해 전자문서 산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한국형 뉴딜 사업에서 전자문서가 언급된 사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한국형 뉴딜 사업에 전자문서는 한 글자도 등장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데이터 강국을 외치면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자문서 산업은 홀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자문서 산업은 최근 전자문서법 개정과 비대면 바람을 타고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법 개정으로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이 명확해진 데다 원격근무 전환으로 전자문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문서는 데이터 구축과 활용, 비대면 근무와 교육, 사회 비용 절감, 환경 보호 등 각종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되지 않은 아날로그 문서는 사람이 일일이 찾아보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누락과 외부 유출 위험이 크다”면서 “민·관에서 생성하는 데이터가 방대해지면서 수작업 자체도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의 잦은 변경이 전자문서 산업이 주목받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전자문서는 애초 산업통상자원부 관할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가 신설되면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을 이곳으로 이관했다. 이후 미래창조과학부를 거쳐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있다. 기관 역시 원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문서는 지금까지 정부 사무관 한 명이 맡아 왔고, 그마저도 수시로 바뀌었다”면서 “산업을 키울 수 있는 동력이 없었고, KISA 관할이 되면서 산업 진흥보다 규제와 감독 관점에서 산업이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문서는 사무관 한 명이 담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하는데도 관리감독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문서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공공 데이터 활용도 난관에 부닥쳤다. 공공기관이 자체 생성하거나 외부로부터 수집하는 문서는 대부분 한글 문서 형태로 암호화된다. 한글 문서를 저장·보관할 뿐 전산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담당자조차 어떤 데이터가 어디에 보관되는지 알기 어렵다.
전자문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전일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한국형 뉴딜 성공을 위해 전자문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면서 “전자문서는 데이터 활용 토대를 만드는 만큼 '문서'가 아니라 '데이터'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 산업분류 체계에 전자문서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 사무국장은 “전자문서 산업 실태조사가 국가 통계로 승인된 것도 최근의 일”이라면서 “전자문서가 각종 정부 사업에 조금씩 포함되다 보니 주도적 산업으로 인식되지 못했는데 산업분류 체계에 포함시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