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기술 융복합 시대에 달라진 자동차산업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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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 사건 가운데 하나로 1976년 국산 첫 모델 '포니'의 등장을 들 수 있다. 당시 포니의 연간 판매 대수는 약 1만대, 시장점유율 40%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국내 업체가 열악한 산업 여건 극복을 위해 포드, 토요타 등과 기술·자본 제휴를 한 게 보통이던 시기였지만 포니의 국산화율은 90%에 이르렀다. 우리 기업의 기술 자립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 지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포니에서 보여 준 집요함은 한국이 오늘날 180만대 남짓한 내수 시장을 넘어 전 세계에 800만대를 판매하는 세계 5~6위권의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시킨 원천이다. 핵심 기술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자전주의(自前主義)'은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의 DNA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 변화는 그동안의 집요함보다 좀 더 스마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는 친환경·지능화·다연결이 특징인 제품·서비스 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생태계 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제조'에 차량공유·구독과 같은 '서비스'가 융합되고, 소비 행태도 소유 일변도에서 벗어나 리스·렌트와 같은 이용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구동 방식도 내연기관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변화하고 있으며, 벨류 체인에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도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은 1인용 모빌리티, 로봇택시, 도심항공기(UAM) 등 실물 간 연결을 돕는 다양한 이동 수단과 서비스 솔루션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자동차에 화학, 전기·전자, 통신, 컴퓨팅, 항공 등 이종 산업의 결합이 요구된다. 국내외 대기업 간 대규모 협력과 대·중소기업-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예상된다.

그동안 기술 개발은 완성차업체를 '정점'으로 1·2차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이뤄졌다. 앞으로는 완성차업체 '중심'으로 다양한 이종 업체와 협력해서 최상의 기술을 조합해 나가는 '네트워크형'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차원의 융합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지난 7월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5년 동안 벤처·스타트업 투자금액이 가장 많은 기업이 총 53개 기업에 약 7000억원을 투자한 현대차였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의 이 기간 투자 금액도 1조원이 넘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코드42'(현 포티투닷)에 투자하면서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 역량 확보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모든 기술을 스스로 완결하겠다는 예전의 현대차와 달라진 태도를 명확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자전주의가 불필요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강력한 경영 무기라 할 수 있다. 토요타가 덴소·아이신정기 등 부품 계열사들과 전동화 기술 내재화에 힘쓰고 있고, 테슬라도 원천 기술부터 양산까지 배터리 분야의 수직 계열화에 집착한다.

변화한 건 기술의 '확보 방식'보다 '확보 자체'에 무게를 싣는 기업들 판단이다. 갈수록 복잡다기해지는 기술 변화에 스마트한 대응을 위해 기업이 변화한 것이다.

포니는 내년이면 45년 만에 전기차로 거듭난다. 현대차는 여러 업체와 협력해 포니 전기차를 통해 최첨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예전의 포니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새 장을 펼친 것처럼 내년에 나올 전기차도 고객의 사랑을 한껏 받기를 기대한다. 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마음껏 누비며 한국 자동차 산업이 다시 한 번 비상하는 데 기여하길 소망한다.

박성규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경제정책팀 실장 sgpark@hyund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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