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금융권, IT하도급 상생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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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도 언택트,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면서 차세대 주전산 사업은 물론 다양한 금융IT 고도화사업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 수행 과정은 재래식 하도급 형태로 추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1차 협력사 아래 다양한 영세 하도급 기업은 과중한 업무는 물론 열악한 조건으로 상위 협력사와 계약한다. 질보다 양 위주 사업을 수행한다.

이미 지난해 은행과 카드 SI협력사 기업이 과중한 업무로 목숨을 끊거나 과로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일감을 받지 못할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론화하지 못한 경우도 상당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형 금융사 IT사업에 참여하는 2, 3차 하도급 기업이 일한 댓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1차 협력사가 자금 유동성 취약으로 제때 돈을 주지 못해 연쇄적으로 일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IBK기업은행 통합 시스템 고도화 추진 사업이 대표적이다.

1차 협력사인 ABC솔루션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4개 하도급 기업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하도급 4사는 4월부터 6월 초까지 일한 댓가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IBK기업은행 프로젝트의 경우 자회사인 IBK시스템즈가 1차 협력사 ABC솔루션과만 계약을 했기 때문에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4개 하도급 기업은 법적 논쟁을 하기 전에 중소기업 우산이 되어줄 IBK기업은행이 위기에 놓인 하청업체 대상으로 모르쇠로 일간하는 행태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대형 은행도 정부 상생 기조에 맞게 하위 하도급 기업의 자금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대기업과 하위 기업이 함께 가입하고 실행중인 '상생결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생결제 제도는 대기업과 1~3차 하위 협력사 간 신용거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사가 만든 중소기업 유동성 보호 대책이다. 대기업이 발행한 결제 채권을 2·3차 협력사가 대기업 수준의 수수료로 주요 시중은행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시중 은행을 비롯해 금융사가 상생결제 제도를 도입한 사례는 없다.

현행 제도상 시중 은행 등이 상생결제를 도입하는데 별도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생결제에 필요한 예치계좌 등을 운영하는 주체가 협약은행인 만큼 도입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즉 협약은행이 해당 제도를 도입할 경우 별도 관리기관이 필요하다.

운영 주체가 실제 가입 대상이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시중은행 상생결제 도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가입을 장려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은행이 자체 규약 등을 만들어 상생결제 형태의 투명한 대금지급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IT부문 하도급 기업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현행 제도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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