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인가 음악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로 뮤직비디오가 등장했다.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는 것으로 소비 방식을 바꾸었다. 뮤직비디오의 탄생은 의외로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음악과 영상이 접목돼 완벽한 하나의 독립채로 자리매김한 것은 영국의 록 그룹 퀸(Queen)이 1975년 발표한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최초였다. 퀸이 이 영상을 제작한 것은 뮤직비디오라는 음악을 전달하는 새로운 매개체를 만들기 위함은 아니였다. 단지 BBC TV 인기 프로에서 자신들의 신곡을 소개해줄 영상을 제작하려 했다. 이러한 소박한 이유로 최초 뮤직비디오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단돈 45000파운드에 4시간여 만에 만들어졌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BBC TV는 이 영상을 9주 연속 방영했고, 보헤미안 랩소디가 BBC 순위 프로에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사건은 많은 가수들에게 자신들의 노래를 표현한 영상물을 함께 제작하는 것이 유용한 홍보 방식임을 제시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많은 뮤지션이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뮤직비디오를 함께 제작하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만 전문으로 제작하는 프로덕션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음악 전문 채널이 등장하자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한 경쟁은 더욱 본격화되었다. 그들은 이제 음악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지 않고, 자신들의 외모, 의상, 무대 매너 등에도 신경 써야 했다.
음악전문 채널 입장에서도 시청자에게 보다 강렬한 영상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비주얼적인 가수를 더욱 선호했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 MTV를 통해 방영된 주요 뮤직비디오는 멋스런 백인가수 내지 짙은 화장과 멋진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백인 록 그룹이 주를 이루었다. 백인음악 위주의 초과공급이 유발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많은 시청자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음악전문채널은 백인음악만을 공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MTV는 비난을 벗어나야 했다. 이때 음악성, 댄스, 무대 매너 등을 완벽하게 갖춘 최고의 흑인 가수가 멋진 뮤직비디오를 들고 등장해 MTV를 구원한다. 그가 바로 마이클 잭슨이다. 마이클 잭슨은 1982년 팝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앨범인 스릴러(Thriller)를 발표하며, 당시까지 가장 파격적인 수준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들고 온다.
당시 흑인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절실히 필요했던 MTV는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연이어 방송하며, 그가 가진 가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마이클 잭슨의 노래뿐만 아니라 그의 옷차림, 그의 춤 등을 따라하며 그의 모습에 열광하며 그의 노래를 즐기게 되었다.
결국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앨범은 37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달성하였으며, 83년 그래미상의 8개 부분을 석권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다. 스릴러 앨범은 지금까지도 단일 앨범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라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최근 코로나 19로 경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향후 10여년에 걸쳐 전개될 환경 변화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변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창업자들이 처음 계획한 사업계획서를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도 늘 변화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항상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변화된 환경을 외면하고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순응하려는 사람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난 세기 슈퍼 스타 마이클 잭슨이 주는 교훈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