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예지'. 유교 사상가 맹자는 인간의 심성을 이처럼 네 가지로 표현했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바르고 지혜롭다는 뜻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게 기본 시각이다. 반면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도덕적이지 않다고 봤다. 판단은 개개인이 할 일이다. 그러나 최근 잇따르는 금융 펀드 사고는 이에 대한 질문을 새삼 던진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섣부른 규제완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어쩌면 5년 전에 이뤄진 규제완화의 역습이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일부 펀드 운용사 관계자들에게 규제완화는 어둠의 터널로 활용됐다.

사모펀드 사태는 2015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예고됐다. 시행령 개정으로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으로 낮춰졌다. 5억원으로 제시됐던 정부 원안에 비해 진입장벽이 대폭 낮춰졌다.

문제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금융당국 수장 역시 이 같은 판단을 사실상 인정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얼마전 사모펀드 옥석을 고르기 힘들다는 뜻을 내비쳤다. '해변가에서 바늘찾기'에 비유했다. 물론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력이 부족하고 사전 점검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P2P 분야도 마찬가지다. 사모펀드에 이어 새로운 지뢰밭이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은성수 금융감독위원장이 방문했던 회사마저 구설에 올랐다. 벌써부터 동산 담보대출 P2P 업체 투자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생겨나고 있다. 일부 기업 최고경영자는 이미 영어의 몸이 됐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처럼 P2P 업계에도 입출금이 중지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정책 개발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세상은 맹자가 제시한 인간의 선한 군상들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성악설도 고려해야 한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섣부른 규제완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유혹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특히 돈 앞에서 무너져 왔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들이 한 순간에 몰락한 데는 돈의 향기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 사태 여진이 이어진다.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 상당수가 사건에 연루됐다.

지금부터는 사모펀드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도적 결함을 수리해야 한다. 사모펀드 운영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 사후관리 대책도 요구된다. 현 정부 들어 폐지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이 필요하다. 합법의 탈을 쓴 전문 꾼들과 싸우기 위해선 전문가로 진용을 갖춘 칼잡이가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금융사기 금융비리 사건이 늘어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은 맹자가 말했듯이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지니고 태어났다. 하지만 유혹에 약한 존재다. 불현듯 이기지심이 발동할 수 있다. 산업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안전장치와 제동 시스템이 고장난 차는 교통사고를 피할 수 없다. 금융증권 범죄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정책 개발 과정에 맹자와 순자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이마에 나쁜 사람'이라는 명찰 붙이고 장사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웃으며 사업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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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