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의 줄임말이다. 한때 유행한 말로 독불장군식 갑질 행태를 꼬집을 때 많이 사용된다.
최근 정부·여당의 정책 결정 과정이 '답정너' 같다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부부처 회의 등에 참석해보면 이미 방향이 결정돼 이견을 제시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거대여당이 의석수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법안의 장단과 부작용 등을 토론하는 상임위가 있지만 정부·여당은 사안이 촉각을 다툰다는 이유로 정책과 법안을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소통과 이해의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답정너'라는 평가를 받는 셈이다.
정권 초기와 비교해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정책 추진의 중요 전제 조건은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담는 공감대 형성이었다. 이해집단 간 갈등을 최소화해 사회적 낭비요인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라는 숙의 민주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찬반으로 갈린 시민이 나섰고, 각 집단을 대변하는 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통해 건설 재개 결론을 내렸다. 반대 입장도 있었지만 숙의를 거쳐 이끌어낸 결론에 수긍했다.
하지만 지금 숙의 민주주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너나 할 것 없이 문 정권의 성공을 외치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집단을 향해 쏟아내는 말은 '엄중' '단호' 등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다음달부터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코로나19 비상시국에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권 성공 조바심에 '답정너' 모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권 초기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보여준 '소통'과 '배려'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