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사 실적을 가른 기준이 하나 있다. 렌털 서비스 사업 여부다. 렌털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코로나19에도 불황을 빗겨 갔다.
상반기 매출이 꺾인 기업들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로 렌털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은 점이 두드러졌다.
소비자는 한번 렌털 가전을 구매하면 기본 3년에서 5년까지 매달 기업에 렌털 사용료를 내야 한다. 매달 들어오는 일정 수입은 가전 기업에 예측 가능한 안정 매출원이 된다. 소비자는 소비 심리가 갑자기 위축된다 해도 위약금이 두려워서 쉽게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도 렌털 기업이 안정 성장을 누린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렌털을 하지 않던 상당수 기업이 렌털 서비스를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한 가전 중소기업 사장은 “렌털 서비스를 하면 영업 이익이 2배 뛴다. 이제 렌털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올 하반기에 당장 렌털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니 시장 성장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렌털 시장이 4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부 부작용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정수기 품목에 대한 서비스 지연과 불만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의 서비스 관리자 파업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다른 조사에선 일부 소비자가 렌털 서비스 비용과 부가 혜택, 의무사용 기간 단축, 과도한 중도해지 위약금 등에 불만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간 렌털 위탁 기업의 난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렌털은 새로운 산업계 핵심 트렌드로 정착했다. 변화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도 렌털을 선호하게 했다. 앞으로 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으로 렌털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분별한 렌털 업체 난립은 오히려 시장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렌털 시장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50조원 시장 돌파를 앞둔 렌털 산업, 긴 호흡으로 렌털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