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끌어온 기아차 통상임금 논쟁, 사실상 노조측 승

10년을 끌어온 기아자동차 노사 통상임금 논쟁이 사실상 노조 승리로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20일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아차 직원 2만7000여명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수당·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처음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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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양재본사.

이들은 2017년 8월 1심에서 승소했고 작년 2월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거의 같은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는 회사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기아차 노사는 2심 판결 직후인 작년 3월 통상임금 관련 합의를 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해 평균 월 3만1000여원을 인상하고, 미지급금을 평균 1900여만원 지급하는 내용이다.

기아차는 1심 패소 후 1조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고, 작년 합의 후에 이 중 약 4300억원이 환입됐다. 원고 중에 약 3000명은 합의하지 않고, 소송을 계속 진행해 이번 판결을 받았다.

이들에게 지급될 추가 임금은 2심 판결 기준으로 단순 추산하면 약 500억원에 달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임금 추가 지급으로 기아차 측의 재정 부담이 늘 수 있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를 것으로 보지 않았다.

반면에 쌍용차와 한국지엠에는 신의칙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 달 대법원은 쌍용차 노동자 13명이 낸 소송에서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동자들의 청구대로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면 회사가 예상하지 못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봤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를 맺는 서로가 상대의 이익을 배려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앞서 한국지엠 직원 5명도 같은 결과를 받았다.

법원의 판단에 경영계는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판결 관련 코멘트를 내고 “노사가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경영계는 심히 유감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경총은 “대법원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하는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의 기준이 불분명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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