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도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디지털 전환'은 공공부문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신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혁신을 견인하고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인식된다.
우리나라 정부의 디지털화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1967년 행정 업무에 컴퓨터를 도입·활용한 이후 종이 기반 행정 업무와 대인 서비스를 거의 모두 온라인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행정 서비스를 구현했다. 그 결과 온라인 정부 서비스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행정 업무의 단순한 온라인화에 중점을 둬 온 지금까지의 디지털화를 온전한 디지털 전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가까운 과거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 초고속정보통신망과 전자정부 기반 구축, 국가 지식자원 디지털화 등 정부를 비롯한 국가사회 전반의 디지털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세계 디지털 선도국을 단기간에 추격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이를 계기로 국가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다면 이번 위기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새로운 국가 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의 중요한 한 축은 디지털 뉴딜이다.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19' 이후 국가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 촉진, 즉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 디지털 전환은 정부의 디지털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가 먼저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고서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끌어낼 수 없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은 전자정부를 넘어선 새로운 정부 혁신 전략이다. 빅데이터와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 특성과 잠재력을 활용해 정부의 업무처리 프로세스 및 대국민 서비스 전달과 소통 방식 근본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당장 고민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정부의 디지털 전환 거버넌스 재정비가 필요하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은 다수 부처가 관련된 정책 융합 과제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을 효율 높게 총괄·조정하기 위해서는 현행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정부 혁신 추진 체계 위상, 역할, 한국판 뉴딜 추진 체계와 관계 등을 고려해 추진 체계를 재설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범정부 차원의 핵심 사업에 대한 재정 운용 및 관리 통합 체계다. 특히 공공 부문의 5G망 전환, 모바일 신분증 도입, 공공 부문의 마이데이터 확산 등 범정부 공통 기반 또는 다부처 연계 융합 과제가 개별 부처별 단위 사업 중심으로 추진되면 부처 간 시스템 및 데이터 공유 또는 상호 운영성 확보가 어려워 효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전문 인력 양성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 공공 서비스 디자인·개발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환 전문 인력 양성 과정 운영, 외부 민간 전문가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방형 민·관 협력 플랫폼과 법제도 기반 강화이다. 자연재난·감염병 등 사회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수직형 네트워크 거버넌스에서 과감히 탈피, 플랫폼형 정부를 추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디지털 전환에 방해가 되고 있는 법·제도 장애 요인도 찾아서 정비해야 한다.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 이후라는 새로운 시대의 구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발 국가 경제 위기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디지털 전환이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정부 혁신 발전계획'에 담겨 있는 디지털 전환 중점 과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속도감 있는 이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정부본부장 okt@n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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