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서 발생한 신용카드 매출
사업주-개인 각각 수익 잡아 결제
'비사업자 가맹점 가입' 여전법 위반
불법업체 40여곳...경찰 수사 착수
세금 절세를 적법하게 해준다며 가맹점주를 현혹, 탈세를 부추기는 신종 불법금융 서비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금융 서비스가 또 한 단계 진화했다. 네이버 등 포털은 물론 각종 블로그에 대놓고 광고까지 한다.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만 40여개에 달한다.
이 같은 '매출 분리 결제'가 성횡하자 불법금융 서비스 제공 기업을 대상으로 관할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사업자 신용카드 거래를 취급하는 재정산PG사와 밴대리점이 新절세 서비스라고 홍보하며 매출 분리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가맹점 등에서 결제하면 이 금액을 사업자 매출과 개인간 거래를 혼합해 절세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미용실에서 받은 신용카드 매출을 사업주와 프리랜서의 각각 다른 수익으로 잡아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종전에는 헤어디자이너 프리랜서를 고용한 미용실은 고객이 결제한 금액에 대해 미용실 매출로 잡고 이 중 일부를 헤어디자이너에게 사업소득으로 지급하게 된다.
하지만 매출 분리 결제는 미용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매출을 처음부터 헤어디자이너 인적용역에 포함해 전체 매출에서 금액을 분리한다. 결국 미용실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공급가액이 줄어 낼 세금이 줄어든다.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국세청은 고객이 결제한 전체 금액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으로 정의했다. 적발되면 가산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절세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영세사업자들은 매출 분리 결제 시스템을 빠른 속도로 도입하고 있다. 시장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한 결제사업자만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불법 결제업체들은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국가가 정한 한도제한도 지키지 않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인간 결제 시스템을 선보인 결제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
불법임을 알면서도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이들 불법 결제 기업에 협력하는 상위 PG사들도 문제다. 영세·중소 우대수수료율까지 적용받아 한도액 없이 무제한으로 매출 누락을 돕고 있는 형국이다.
매출 분리 결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들 불법결제 기업 주장도 잘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선 사업자가 아닌 비사업자 개인을 가맹점으로 가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다. 또 비사업자 개인 결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명의 가맹점 이름을 사용한다. 가맹점명의대여행위다. 이 또한 여전법 위반이다. 매출 분리 결제가 일어나면 비사업자개인에게 정산과 입금을 직접 해야 한다. 미등록 PG영업행위가 발생,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된다. 국세청 유권해석을 통해 매출 분리 결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고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부가가치세법 위반과 조세포탈 방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정상 등록결제 업체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6개 권역 경찰이 문제를 인지,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40개 이상 업체가 불법 PG로 영업을 하고 있고, 사업자명을 수시로 바꿔가며 추적을 피하고 있다. 주 사용가맹점은 유흥업소, 미용실, 영세자영업,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관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며 “강력한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불법결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