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박스' '월광보합' 등으로 불리는 불법 게임물이 유통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작권자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적극 단속을 벌이지 않는 틈을 노려 불법 게임기 유통상이 오픈마켓을 이용, 활동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게임사에서 정식 출시한 미니 콘솔을 제외한 합본 게임기는 불법이다. 합본 게임기는 고전 게임을 한 기기에 넣어서 즐기는 콘솔이다. 통상 중국에서 제작하고 한국 도소매상이 유통하고 있다.
지난 2018년 SNK가 '네오지오 미니' 출시를 앞두고 한 차례 단속한 후 대림, 영등포, 용산 등 게임유통단지에서 합본 게임기는 대부분 사라졌다.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다시 등장, 유통되고 있다. 손바닥만 한 TV 연결용 기기부터 업소용 아케이드 크기만 한 2인 플레이 대응 기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이 같은 합본 게임기는 대부분 저작권법과 게임법을 위반하고 있다.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대부분 원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불법 복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통상은 '합법'이라고 설명하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저작권법 단속을 피하려고 하드웨어(HW)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이른바 '공기계'를 판매한다. 인터넷에 연결한 후 자동으로 게임을 내려받도록 한다. 중국 제조사는 별도 서버를 마련해 게임을 내려받도록 한다.
한 변호사는 “판매 당시 제공하는 게임 목록과 자동 설치를 언급했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등급 분류도 받지 않는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은 플랫폼, 장르 여하를 막론하고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또 이들 게임기는 '게임물의 기술적 보호 조치를 무력하게 하기 위해 제작된 기기·장치 및 프로그램'에 해당하기 때문에 폐기 대상이다.
최근 합본 게임기 판매처는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TV 방송에서도 자주 노출된다.
업계는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고 오픈마켓을 통한 유통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속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건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이라면서 “비정기로 단속에 나서더라도 경비 대비 얻을 수 있는 배상금이 적어 사실상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사행성 불법 게임물에 비해 단속 우선순위가 낮다.
주요 판매 대상이 가정이란 점도 한몫한다. 상대적으로 민원이나 신고가 적다. 소비자는 오픈마켓 등에서 당당하게 파는 제품이어서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업자뿐만 아니라 구입한 사람도 저작권법 위반 소송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유통상은 제조업체가 중국이라는 이유를 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 유통상은 “우리는 그냥 물건을 받아 와서 파는 영세상인”이라면서 “추억의 고전 게임이어서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고전 게임도 게임법으로 위원회에서 규율할 수 있다”면서 “내용과 절차에 따라 단속해 취급을 정지시키는 등 조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