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기생하는 'R&D 불법브로커' 솎아낸다

중기부, R&D 컨설팅 시장 양성화 착수
사업계획서 과대 포장 행위 등 근절 방침
AI·RPA 도입해 과제 심사 투명성 향상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컨설팅 시장이 열린다. 그동안 중소기업이 복잡한 서류 심사 절차 등으로 인해 불법 브로커에 웃돈이나 성공 보수를 주고 정부 R&D 과제를 따내던 관행을 근절하고, 해당 영역을 별도의 전문성 있는 분야로 양성화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중소기업 R&D 컨설팅 양성화 및 불법 브로커 근절 방안'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 이르면 이달 중 조달청을 통해 입찰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중소기업 R&D 지원 사업은 소액의 다수 방식으로 이뤄지는 특성 상 불법 브로커 개입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사업을 따내려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R&D 여부보다 사업계획서를 그럴듯하게 꾸며서 제출하는 편의 성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수년간 반복된 문제인 만큼 단속 강화 등으로 근절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 용역을 계기로 경영·기술지도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불법 브로커 행위로 적발된 업체나 전문가 가운데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 컨설팅 업무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불법 브로커를 규정하는 부당 개입 사례 역시 뚜렷한 구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년째 반복된 논란에도 중기부가 이제야 R&D 분야에서 컨설팅 양성화 방안을 꺼내든 것은 지난해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영·기술지도사 국가자격증 제도를 마련한 지 30여년 만인 지난 4월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을 근거로 그동안 금지된 R&D 자금 대행뿐만 아니라 정책자금 등을 위한 컨설팅 업무의 양성화가 가능해지게 된다.

R&D 분야 컨설팅 시장 양성화와 함께 정부의 중소기업 R&D 과제 선정을 위한 심사 및 평가 체계 등도 큰 틀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평가위원 중심의 기존 R&D 평가체계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처리자동화(RPA)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분야 R&D에는 규모 있게 자금을 투입하는 등 운영 방식을 바꾸고, 기술료 납부 방식을 다각화하는 등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그동안 기업 연구소를 등록시켜 주는 조건으로 법인 보험을 가입하도록 하는 등 R&D 컨설팅 시장 음성화로 문제가 적지 않았다”면서 “음성화돼 있는 시장을 투명하게 해서 중소기업 컨설팅 전문성을 확보하는 등 긍정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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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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