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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규, 이원술, 김태곤, 시부사와 고(에리카와 요이치), 시드 마이어, 롭 파도, 크리스 애벌론, 미야모토 시게루 등. 기자가 학창시절에 재미있게 즐긴 게임을 제작한 사람을 만날 때 감회는 남다르다. 팬심도 조금 섞인다.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할까도 생각했다. 적어도 이들은 기자 개인의 역사책에서 큰 지분을 차지한다.

역사는 기록으로서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 1세대 개발자나 현역에서 활동하는 개발자, 사업가, 공무원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면 흥미진진하다. '뉴스' 가치는 없지만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의미의 이야기가 많다. 온라인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는 그저 아는 사람 사이에서만 구전된다. 막전막후 하나하나가 한국 게임 역사이다. 그러나 휘발되는 것이 아쉽다.

기록으로 남기자고 제안하면 열에 아홉은 손사래를 친다. 자기가 일궈 놓은 게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개발자 특유의 수줍음, 겸손함에 뒷말이 횡행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합쳐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건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시각이 다르다. 이 역시 야사 나름대로의 맛이다. 실록이 아니라 각자 시선으로 달려온 발자취를 남기자는 제안이다.

한국 게임 산업의 출발점은 1987년 '신검의 전설'로 본다. 이제 40년을 바라보는 젊은 산업이다. 서버가 젖을까 대걸레를 들고 서 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제 대걸레 수억 개를 사다가 도미노 놀이를 해도 될 정도로 성장했다. 신문 배달을 하던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이제 세상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을 배달시켜도 될 정도의 규모로 컸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산업의 단편들이다.

회사가 나서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막전막후를 묶어 기록으로 남길 때다. 단편으로 구전되는 이야기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성공한 회사뿐만 아니라 게임에 발을 들인 많은 사람이 한국 게임사의 증인이고 역사다. 산업 초기 멤버들은 이제 50대를 바라본다. 더 늦는다면 수면 아래에 있는 게임사는 숫자와 이미지 몇 개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