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중 산유국과 화석연료 비중이 낮은 국가를 제외하면 모두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에너지 부문 요금 중 전기요금만이 원료비와 연계되지 않았다. 연료비가 연동되지 않은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지속될 때에는 급등락하는 국제유가 시세에 따른 전기요금 왜곡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주요 전력전문가들은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쏟아냈다.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기 위해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가 등락에 따른 전기요금 원가 변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전기요금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교수는 “GDP가 많은 상위 국가 중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지 않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같은 산유국과 노르웨이 같은 수력 중심 국가밖에 없다”면서 “최근 유가 현실을 고려하면 연료비 연동을 반영하되 (소비자) 충격 완화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전 분석자료에 따르면 GDP 상위 30개국 중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5개국에 불과하다. 연료비를 통제할 수 있는 산유국(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이란)이거나 수력 발전 비중이 크고 화석연료 비중이 낮은 스위스 정도다. 화석연료나 수력 자원이 풍부하지 않으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나라 주요 에너지 요금 중에서도 전기만 원료비를 연동하지 않았다. 전기 외 도시가스·석유·열 에너지는 직간접적으로 원료비를 반영하고 있다.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석유를 제외하고 전력·가스·열은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중 가스와 열 에너지는 원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전력만 원료비 연동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가 이어지면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기본적으로 물건을 만들었으면 원가는 기본적으로 보상해야 하는데, 한전 원가의 80%가 발전 부문이고 연료비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면서 “연료비는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어 이 부분은 한전이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도 “원료비 연동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한전이 너무 많은 초과이윤을 얻거나, 원가를 보상받지 못한다”면서 “현재는 원가가 전혀 연동되지 않았는데, 적정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단일사업자라도 사업 지속가능성이 저해된다”고 꼬집었다.
부산=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