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눈물'을 닦아 주려는 하도급 관련법 개정안이 여당 중심으로 대거 발의되고 있다. 부당특약 무효화 신설, 기술유용 기준에 특허법 기준 적용 등이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기술 유출로 고통받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보호막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지금까지 발의된 하도급 관련 법안은 모두 7건으로, 수급사업자에 부담을 지우는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하청 업체에 대한 부당특약을 무효화하기 위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하도급법)을 발의했다.
현행 하도급법 제3조의 4는 부당한 특약을 금지하고 있다. 서면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을 요구해서 발생한 비용이나 민원처리, 입찰 내역에 없는 사항은 수급사업자에 부담시키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민 의원은 고시에 제시된 개념이 불명확해 공정위가 임의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사업자가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면 그 효력을 무효로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같은 당 이성만 의원도 기술을 빼앗긴 하도급 업체의 손해액을 추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손해액의 3배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유·무형의 기술, 노하우, 기술자료 등의 침해에 대한 정확한 손해 산정이 어려워 피해를 본 수급사업자가 정당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술 탈취 손해배상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개정안은 '특허법'에 도입된 손해액 추정 규정을 하도급법에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손해액 추정 규정은 △기술 유용 피해 사업자가 침해 행위를 당하지 않았다면 판매·제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액 △기술 유용 피해 사업자가 침해 행위 외 사유로 판매·제공할 수 없게 된 규모가 있는 경우 그 규모에 대해서는 기술 자료 사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액 △원사업자가 기술 침해 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액 등이다.
이성만 의원실은 “대기업이 하청 업체의 기술 정보를 요구해 놓고는 해외 기업에 기술을 전수해 줘 단가 경쟁을 유도하는 등 하청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 탈취지만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원사업자 중심으로 징벌성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는 하도급법 위반 대상을 확대하고 과징금 산정 시 적용하는 기본금 상한액도 늘어 원사업자의 기업 경영을 위축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공정위도 하도급법 개정안을 마련,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배상 규모를 현행 3배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으로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고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도급 거래 모범업체에 대한 범부처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법 위반 행위를 자진 시정할 경우 벌점과 과징금 경감 등 혜택이 제공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