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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재양성단장

최근 머신러닝국제학회(ICML)와 같은 인공지능(AI) 분야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오히려 대회장 밖의 뜨거운 열기가 화제다. 최고의 AI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구애 전쟁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의 미국과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중국이 치열하게 양자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몇몇 우리 기업이 그 틈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이처럼 AI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석·박사급 핵심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AI'라고 발음할 줄만 알면 채용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을 정도로 AI 인력난이 심각하다. 텐센트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AI 인재 수요는 100만명에 달하지만 공급은 3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AI 분야 핵심 인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10억달러 투자를 통한 AI 단과대학 설립, 중국의 AI 단과대학 및 연구소 50개 설립을 통한 교수 500명·학생 5000명 육성 및 AI 복합전공 100개 개설, 영국의 정부지원 AI 박사 1000명 양성, 일본의 AI 고급인재 집중양성 신이노베이션 프로젝트 추진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도 지난해 12월 'AI 국가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AI 인재 양성과 전 국민 AI 교육을 중점 추진하고 이를 위해 AI첨단학과 신·증설, AI대학원 프로그램 확대·다양화, AI 관련학과 교원 겸직 허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AI 분야 핵심 인재 확충을 위한 정책 중심에는 지난해 시작된 AI 대학원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고려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등 총 8개 대학을 선정했다. 대학별로 AI 연구에 특화된 교육과정 개설 및 프로젝트 방식 교육을 추진하며, 다양한 산학협력 및 글로벌 역량 확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 제기된 교원 부족 등 문제는 대학 내 흩어져 있던 AI 연구자들을 결집하고 국내외 AI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서서히 해결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AI 대학원 소속 전임교원은 50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91명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며, 2024년까지 약 150여명 AI 핵심 연구자가 AI 대학원에 포진할 예정이다.

실제로 6월 현재, 전체 AI대학원 전임교원 82명중 29명이 최근 새롭게 영입한 전문가들로 구성됐고, 그중 19명은 구글, 인텔, IBM 등 해외에서 합류했다. 올해 초 구글에서 KAIST AI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재 교수는 '해외의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한국의 AI 대학원행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AI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기도 뜨겁다. 지난해 가을학기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고려대, 성균관대, KAIST의 경우 평균 경쟁률 6.25대 1을 기록해 일반 공대 대학원의 경쟁률을 감안할 때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또 해외에서 우리나라 AI 대학원으로 유턴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우리 AI 대학원에도 세계적 연구실적을 보유한 교수들이 많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진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AI 대학원이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을 세계적으로 격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AI 분야의 교육·연구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코로나 이후 언텍트 사회의 핵심 기술인 AI 분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인재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혹자는 미래에 고도로 진화한 AI가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세상이 올까 걱정된다고 하지만 정작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AI 핵심기술을 보유한 국가와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미래일 것이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곳곳에서 꽃을 피우듯 우리가 길러낸 AI 대학원의 인재들이 여러 곳으로 날아가 연구 현장과 산업 현장에서 활짝 꽃을 피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나라 AI 생태계를 살리고, 나아가 전 세계를 호령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신준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재양성단장 sjw@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