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AI·데이터분석 기술 “전부 소부장 기업에 지원”
“대통령 있는 자리라 좋은 말만 했을 텐데, 실제 현장은 그렇지만은 않을 듯하다. 정부는 현장 어려움에 귀를 열고 소통하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자세를 가져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현장 방문' 자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에게 이 같이 주문했다.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산업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다소 경직된 발언 등이 이어지자 현장에 남아있을지 모를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소부장과 관련해) 정부는 과거 어느 때도 없었던 획기적 지원을 하고 있고, 지원이 많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지시했다.
이날 대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장동현 SK 사장, 송녹정 율촌화학 대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 송용설 아모그린텍 대표, 태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배영철 듀폰코리아 부사장, 정봉군 SK머테리얼즈 연구원, 민동준 연세대 교수(소부장 경쟁력강화위 소재부품전문위원장), 이지영 KAIST 박사과정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홍 부총리와 성 장관, 청와대에선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유정열 산업통상비서관, 유연상 경호처장, 강민석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따라 류재완 SBB테크 대표,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 이현덕 원익 IPS 대표 등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소부장 3행시(소-소식 들으셨죠?·부-부질없다는 거 수출규제·장-장합니다. 대한민국 으라차차 소부장 파이팅)로 시작된 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은 일본 수출규제를 넘어 소부장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각오 등을 다졌다.
배영철 듀폰코리아 부사장은 “지난 1년은 듀폰 본사 전력과 수요기업의 적극적 협조, 정부의 발로 뛰는 행정이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소부장 자립에 외국기업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진입장벽 높은 산업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징검다리가 돼 줄 수 있다. 요소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하면서 이룬 성과라 더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배영훈 대표 NH아문디 대표는 “저에게 소부장은 필승코리아펀드”라며 “이 자금을 바탕으로 39개 소부장 기업이 투자받았다. 1년 채 안됐는데, 성과 나오면서 기업 가치가 많이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평균 39개 기업 분석했을 때 기업가치 30% 이상 높아졌다. 그만큼 경쟁력 좋아졌다 단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붕근 SK 머티리얼 소부장 연구원은 99.99%에서 0.009% 올리는게 힘든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정 연구원은 “처음 99.9%, 얼마 안돼 99.99% 도달했는데, 그때부터 순도가 안나왔다. 결국 해결책 찾아내 마침내 99.999% 초고순도 개발했다”며 “돌이켜 보면, 처음에 우리도 소부장 핵심 국산화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만들 수 있을까, 고객이 사줄까. 이제 강한 신뢰 생겼다”고 말했다.
송녹정 율촌화학 대표는 “배터리 파우치는 전기자동차와 수명 같이 해야 한다. 10년 이상 파우치 차단 성능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금도 전기차 파우치 100% 일본이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부장 경쟁력 위원회 종합 지원에 감사하고 국산화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일본 5개 업체가 전세계에서 독점하는 PC와 이차전자에 사용하는 일렉보일을 국산화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허 대표는 “사실 10년전에도 국산화 기회가 있었다. 동일본 지진으로 수많은 기업이 제품을 요청했다. 일본이 빠른시간 내 정상화하자 국산 수요도 줄었다. 최근의 소부장 관심이 동일본 지진때처럼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민동준 연세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디지털 사회,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발맞춰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민 교수는 “양자소재, 핵융합소재 등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이런 소재를 갖게 된다면 우리는 과거 경부고속도로라든가 항만 등 SOC에서 가졌던 것처럼, 소프트 파워로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미래를 위한 소부장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과 정부부처의 관심을 요구했다.
이지영 카이스트 박사과정은 “전기차 베터리 소재 국산화 확보를 위한 연구과제 참여하고 있다”며 “최종 목표는 한번 충전에 700㎞ 이상 주행 가능한 신개념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솔린 차를 뛰어넘는 전기차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휘어지는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상 중인 송용설 아모그린텍 대표는 “중소기업인 우리는 가장 적합한 수요기업 만나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정”이라면서도 “최근 가장 행복한 것은 일본 수출규제와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수요기업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협력이 용이해졌고, 만남과 협업 기회도 늘어났다고 사의를 표했다.
류재완 SBB테크 대표도 “소부장 기업에 실질 도움 되는 더 많은 사업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정부 지원 등의) 혜택이 골고루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했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은 “12월에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소부장 컨트롤타워로서 역학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세계 최초로 ALD 장비 양산 성공한 원익 IPS의 이현덕 대표는 “반도체 장비 생산에는 두 가지가 핵심”이라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와 부품 공급기업과 수요기업간의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를 비롯한 원익 IPS의 연구원 등에게 직접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더 도약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그 꿈이 반드시 이뤄지길 기원한다”며 “원익이라는 기업의 성공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소재부품 강국으로 이끄는 데 밑받침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소부장 도약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 발표'를 통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노력으로 K-방역이 전세계 연대와 협력을 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와 같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선도기업이 돼, 전세계를 연대와 협력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부속 장비 연구를 가능한 열어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반도체 생태계 만들겠다”고 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심각한 도전이라며 2차 전지나 핵심 기술을 공유하고 정부와 기업, 지역과 기업, 기업과 기업이 새로운 협력 모델로 극복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구축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에 대해선 “우리가 좀더 사회적 가치 부여하는 장소로 만들려고 한다”며 “최초로 50여개 반도체 부품소재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SK가 1조5700억원 지원한다. SK가 보유한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전부 소부장 기업에 지원하고, 기초 과학도 적극 투자해서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확보에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소부장은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연결된다는 믿음 있어야 기술개발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언들은) 소부장 생태계가 튼튼하게 해 달라는 그런 말하고, 정부 관심 지원 지속됐으면 한다는 말로 축약된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강력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 정말 대단하다”라며 첫 시작과 달리 이제는 목표가 높아졌다고 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 산업 핵심이 타격받음 안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소부장 강국이 돼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 대기업이나 수요기업도 핵심소재부품의 자립화를 절감하게 됐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안정적 공급망을 스스로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는 인식도 생겨났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 좋은 기회다. 하니까 해보니 되더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소재부품장비 강국이 돼 세계적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을 차지해야 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해낼 수 있다”고 독려했다.
이어 “이런 희망을 갖게 하고 현실적 목표로 만들어주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현해 내는 기업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