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바이오 등 2년간 5兆 투자
주력산업 '완결형 밸류체인' 구축
특화단지 인센티브·규제 특례 제공
첨단산업 외투 유치에 1.5조원 지원
# 정부가 9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0 전략'은 일본 수출규제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중장기 로드맵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을 대비하는 한편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안을 집대성했다.
최근 세계 각국이 자국 내 첨단기업유치 정책을 강화하는 등 뚜렷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공세적 대응 채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일 핵심 품목 100개를 338개 이상 글로벌 품목으로 확장했다. 오는 2022년까지 5조원 이상 금액을 투입해 핵심 품목의 기술 자립화를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첨단산업 생산기지화'를 추진, 미래 산업 헤게모니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 소부장 강국 도약
정부는 '소부장 2.0 전략' 비전으로 '첨단산업의 세계적 클러스터화를 통한 소부장 강국도약'을 내세웠다. 그동안 글로벌 분업 구조를 활용한 우리나라로서는 필수 품목의 공급안정성과 기술력 강화가 미래 성장의 핵심 관건이기 때문이다. 소부장 기술력을 강화해 산업 저변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첨단산업 유치로 미래 먹거리까지 준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소부장은 '기술 속 기술'로서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일 대응 차원에서 선정했던 핵심 100개 품목을 세계 각국 대상 338+α로 늘렸다. 글로벌 시장 공급안정성과 차세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100개를 고정으로 중국 90개, 미국·유럽 91개, 인도·대만·아세안 57가 추가됐다. 첨단형 소부장 품목은 158개, 범용은 180개다. 향후 바이오, 환경·에너지, 로봇 등 신사업에서 신규 발굴할 계획이다.
정부는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과 빅3 산업 등 차세대 선도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R&D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에 내년 2조원 수준 투자 등을 추가 집행한다. 다음달 산업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부장 R&D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전략기술분야에 잠재력을 보유한 으뜸기업 100개 육성해 △전용 R&D(연 50억원) △공공 테스트베드 개방 △소부장 성장지원펀드(4000억원) 우선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늘리기 위한 방책이다.
소부장 분야 강소기업과 스타트업을 각각 100개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주요 사업 성과를 후배 기업에 환원하는 상생협력 문화를 조성하는데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성 장관은 “올해 처음 시작하는 소부장 으뜸기업은 세계 최고 기술 역량과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라면서 “해외 첨단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선두주자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해외 공급망도 확대한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의 국내 R&D 문호를 확대하는 한편 독일,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소부장 선진국과 글로벌 기술협력 거점 신설 등을 추진한다. 또 신남방·신북방 지역으로 공급망을 넓히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를 추진하는 한편 베트남, 필리핀 등에 진출거점을 구축할 방침이다.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 품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한편 2600억원 규모 무역보증을 운영한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는 공동 물류시스템인 '밀크런'을 시범 추진하고, 국내 희소금속 비축량도 확대할 방침이다.
◇韓, 세계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소부장 2.0 전략'의 또 하나의 축은 '첨단산업의 세계공장화'다. 명확한 유치전략과 실효적 인센티브를 앞세워 글로벌 첨단산업의 굴뚝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주력산업에 완결형 밸류체인을 제공하기 위한 포석이다.
정부는 '소부장 특화단지'를 조성해 R&D 우대 등 인센티브, 규제특례, 공동 인프라 구축 등 패키지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들이 개발한 다양한 첨단기술과 제품에 대한 투자를 수용할 수 있는 '첨단투자지구'도 지정한다. 산단, 경제특구 등 기존 계획입지를 활용한 신속 입주를 유도하는 한편 토지용도 규제특례, 각종 부담금 감면, 규제자유특구 우선심사 등 추가 지원도 실행할 계획이다.
R&D, 설계, 디자인센터 등 산업 생산과 밀접한 지식 기능 유치에도 힘을 쏟는다. 해외 첨단기업 R&D 센터를 국내 대학 유치해 공동 R&D 거점으로 만드는 방안도 제시했다.
성 장관은 “세계적으로 첨단기업 유치경쟁이 치열한 만큼 정책 역량을 집중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수요기업과 대표 클러스터를 활용해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명확한 타깃을 설정해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리쇼어링(본국 회귀) 활성화에도 가속을 붙인다. 해외로 향한 우리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경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파생 효과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개편 시 첨단분야 투자에 세재 지원 방안을 대폭 강화한다. 첨단산업 유치·유턴에 소요되는 보조금과 외국교육기관 유치, 인프라 구축 등에는 향후 5년간 약 1조5000억원 규모 재정을 지원한다. 유턴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혁신 R&D와 스마트 설비에 기존보다 1.8%포인트(P) 낮은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한편 스마트공장·로봇 지원한도를 현재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또 국내투자 중심으로 공급망 생태계 협력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간·업종간 컨센서스 플랫폼도 운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조정·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소부장 2.0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범부처·민관의 긴밀한 공조체계를 가동한다. 위원회에 'GVC 재편 대응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수습대응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해 공급망 안정에 신속 대응할 방침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