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뢰 어렵다” 성난 여론 인식
중대본 회의 '공직자 솔선수범' 강조
부처·지자체 보유 현황 파악 지시
여당 “종부세 강화 이달 우선 처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하루 빨리 부동산을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 각 부처에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 조사도 주문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또 다시 상승하는데다 투기를 잡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것이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마저 힘들게 하면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을 보유하고도 내놓지 않아 비난이 쏟아지자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중대본 회의는 부동산이나 경제 관련 논의자리가 아닌데도 특별히 당부한 것으로, 고위공직자 다주택자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여기에 대부분 공직자들이 함께하고 계시기 때문에 특별히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만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채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떠한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서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위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장 등 재산이 공개된 중앙부처 재직자 750명 중 약 3분의 1인 248명이 다주택자였다.
정 총리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금방 지나갈 상황이 아니다.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심각한 상황인 만큼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정 총리는 “사실 이미 그 시기가 지났다는 생각”이라며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노영민 비서실장이 반포아파트를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가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정정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노 실장은 반포 아파트도 처분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국민께서 무엇을 요구하시든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 점을 함께 공감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정책들을 준비하고 대비해주시기를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관련해 연일 강경 대책을 내놓겠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대책을 만들고 있는데 가능한 7월에 할 수 있는 대책은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부족한 건 정책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정기국회 때 더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긴밀한 당정 협의를 거쳐 다주택자와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 등 7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할 법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송혜영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