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인공지능 수사관의 데이터로 범죄 예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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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공분케 한 극악한 범죄 'n번방'은 범죄자가 하나둘 검거되면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평범한 청년들은 가장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만나지 않고 쉽게 조직을 갖출 수 있었다. 방법이 어렵지 않고 모니터 앞이라는 공간이다 보니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악마로 변해 있었다. 온라인은 복제가 쉽고, 불특정 다수의 접근에 방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n번방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무한 확장성을 띤 온라인범죄를 수사하는 방식은 아직 오프라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악성 범죄에 대한 수사는 이미 범죄 행위가 이뤄진 후 검거에 집중되고 있다. 예방은 오로지 피해를 볼 수 있는 대상자에게 홍보와 예방 교육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예방 방법이지만 어린 청소년이나 취약층에는 유효하게 전파되기 어렵다.

청소년 성 착취 범죄는 대부분 '그루밍'으로 시작한다. 그루밍은 사전에서 길들이기, 꾸미기 등을 뜻한다. 어원은 마부라는 뜻의 그룸(Groom)이다. 마부가 말을 씻고 다듬어 주는 것 때문에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지금과 같은 뜻을 나타내게 됐다. 뒤에 성범죄라는 단어가 붙으면 친분을 활용해 정신을 지배한 후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을 뜻한다. 성 인식이 낮은 '아동' '청소년'이 주된 피해자다. 온라인에서의 불특정한 만남은 신분을 속이고 고민 상담을 해 준다든가 경제 지원을 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얻다가 피해자가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든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가운데에서도 따스한 손길을 바라고, 폐쇄된 환경에 놓인 미성년자가 흔히 표적 대상이 된다.

첫 그루밍 범죄 단계는 피해자 물색 및 접근하기다. 이 단계에서 범죄 행위를 사전에 인지하고 방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이미 범죄자가 놓은 덫에 걸려 신뢰를 쌓아서 피해자가 고립되기 시작하며, 범죄자의 검은 속내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피해자를 물색하는 기미를 찾아내려면 하루에도 수억 또는 수십억 건의 온라인 대화를 모두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이것은 기술과 인력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필자의 프로젝트에서 빅데이터 기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 온라인 콘텐츠 가운데 불법성이 의심되는 게시글이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하고, 불법 광고물에서 자주 발견되는 패턴 등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정상의 합법 게시물과 비정상의 불법 게시물을 분류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수사관이 일일이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검색해서 게시물의 불법성을 판단하던 기존 방식 대신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사용해 인터넷에서 막대한 양의 수사 단서를 신속·정확하게 찾을 수 있었고, AI와 빅데이터 기술로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얼마 전 반가운 뉴스가 들려왔다.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 잠입 수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률상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판례에 따라 잠입 수사가 가능하지만 근거를 두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며, 법이 제정되면 일선 수사관이 자신감을 발휘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수사관이 청소년인 척 메신저 아이디를 만들어서 범죄임이 포착되면 검거할 수 있는 수사 방법이다. 매우 유효한 수사 기법이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 든다. 수많은 경찰이 모니터 앞에서 청소년 언어로 메신저를 온종일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교한 기술과 복잡한 시도가 필요하겠지만 수천 또는 그 이상의 AI 수사관이 잠입 수사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이사 an08@misoinf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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