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테크노파크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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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파크 기능을 정립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논의라고 봅니다.” “시어머니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거 아니겠어요?” 최근 대전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와 전국테크노파크(TP) 원장 간담회에 대한 TP 관계자들 반응이다. 정례 간담회였지만 참석자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고 한다. 간혹 격앙된 어조의 불만도 터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간담회의 주된 내용은 TP의 기능 및 지위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TP 기능 재정립을 놓고는 이렇다 할 이견은 없었다. 중기부는 스타 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지역특화산업 육성기관으로 특화해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신규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발굴하고 특구사업을 수행·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TP가 지역산업기획, 기업 지원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고유 기능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TP 관계자들의 불만은 중기부가 주무 부처로서 감독 의지를 내비친 데서 비롯됐다. 중기부는 각 TP가 주관 기관으로 사업에 참여할 경우 사전에 각 지방 중기청장과의 협의를 의무화하는 정관과 운영 지침을 개정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TP 원장은 “중기부가 아직까지도 각 TP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TP는 13개 부처 1840여개 사업을 수탁받아 수행했다. 대부분 지역특화 등 고유 목적사업을 수행했지만 창업이나 수출 등 일반 중소기업 지원 사업이나 지자체가 요구하는 복지·문화 분야의 프로젝트도 많았다.

TP는 각종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인건비 등 운영 예산을 해결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어느 곳도 100%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많은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으로, 지자체가 요구하는 비목적 사업을 거절하기도 어렵다.

TP가 예산 지원과 사업 범위 확대를 요구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요청했고 전임 홍종학 장관 때도 나왔다. 중기부가 산하 기관인 TP에 고유 업무에 더욱 집중하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TP가 처한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자체와 중기부라는 두 시어머니의 '간섭' '지시'에서 허덕이는 존재감을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TP 스스로 백화점식 지원에 급급하고 사업관리 중심의 관료화 조직이 됐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중기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새겨들었으면 한다.


충청=강우성기자 kws924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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