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에 이동통신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설치할 때 입주민 가운데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는 규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7월 주택법 시행령 '공동주택 부대시설'에 이통 기지국과 중계기 등 통신시설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은 이통사와 주민대표 간 협상을 통해 장비를 설치해 왔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환경과 안전을 위해 중계장치를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신설한 주택법 시행령 이전에도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도 입주민 동의 조항이 있었다고 부연한다.
이에 대해 이통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 조항을 '초강력 규제'로 인식한다. 실제 경기도 일부 지역 아파트단지에서는 5세대(5G)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입주민과 중계기 설치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중계장치를 기피 시설로 인식하거나 비용 등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통사 입장에서는 5G 인프라 확장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결국 5G 등 인프라 구축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이용자 불편은 물론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119 신고 등 위급 상황은 물론 코로나19 관련 재난안전문자 수신도 어렵게 된다. 산업적으로도 코로나19 이후 국가 혁신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5G 인프라 확산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문제가 불거지자 국토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법령 해석 여지를 열어 놓고 협의를 통해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뒤늦게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법을 만들면서 사전에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조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지난 1일 경제계가 대통령 직속 '법제도 혁신TF'나 국회 '법제도 개선 특별위' 설치를 제안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죽하면 경제계가 이런 제안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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