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대비 전도성이 4배나 높은 유사 그래핀 유기 반도체 소재가 개발됐다. 다양한 영역에 활용 가능한 맞춤형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김기문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단장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분자 자기조립' 특성을 활용, 전기 특성이 우수한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고 밝혔다.

유기반도체는 무기반도체 단점으로 꼽히는 높은 가격, 복잡한 공정, 두께, 유연성 등 한계를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소재로 꼽힌다. 특히 전도성 고분자는 유기반도체 분야를 한층 더 성장시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도성 고분자를 2차원 대면적으로 제조한 사례는 거의 없다. 전도성을 가진 분자는 친화력이 강해 서로 겹겹이 쌓이기 때문이다. 여러 층을 형성한 고분자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용액 속에 가라앉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합성된 2차원 전도성 고분자 크기는 수십 나노미터(㎚) 수준에 불과했다. 전자기기로 상용화하기엔 어려운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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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원 전도성 고분자로 제작한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 소자

연구진은 육각형 벌집 모양의 그래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벌집구조를 형성하기 유리한 고분자인 트리페닐렌을 활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일부 트리페닐렌 분자에는 6개의 하이드록시기(-OH)를 도입하고, 다른 분자에는 아민기(-NH2)를 도입했다. 이후 이들 분자를 용매에 녹인 뒤 가열해 그래핀처럼 벌집 구조를 가진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

합성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합성 과정에 쓰인 산성 촉매로 인해 트리페닐렌 고분자는 부분적으로 양전하(+)를 띤다. 이 양전하 간 정전기적 반발력으로 고분자들은 겹겹이 쌓이지 않고, 용액에 골고루 분산된다.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 전도성 고분자 박막을 합성할 수 있었다.

이후 연구진은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작해 '유사 그래핀'의 전기적 물성을 평가했다. 소재의 캐리어 이동도는 최대 4㎠/VS로 실리콘보다 4배가량 높았다. 지금까지 개발된 2차원 전도성 고분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이다. 유사 그래핀 위에 그래핀을 적층한 광검출소자를 구현해본 결과, 제작 소자가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넓은 영역의 빛을 검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김기문 단장은 “IBS 연구단 간의 협력과 집단연구 덕분에 오랜 연구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협력을 더욱 견고히 하여 높은 수준의 집단연구를 구현해 나간다면, 인류의 난제들을 풀어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