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소재 국제안보연구소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AI, 전략적 안정성, 핵 위험성' 보고서에서 북한이 인공지능(AI) 기반 사이버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민간과 군사 영역에서 AI 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한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거 발언과 북한 내 대학 수십여곳에서 AI 관련 연구가 확대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북한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난해 9월 37개 대학을 새롭게 설립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김 국무위원장이 AI를 명확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AI 기술이 지닌 '이중 용도' 특성 때문에 향후 군사 역량 강화에 이익이 될 것으로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용도'는 기술을 평화와 군사 두 가지 목적에 모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민간 연구 투자에 의한 군사 역량 강화 효과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AI 기술을 연구개발(R&D)해 사이버작전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이버작전은 북한이 고립된 상황에서도 금전 이익을 얻고 국제 정치 담론에도 끼어들 수 있는 수단이다. 연구진은 북한이 사이버 역량을 국가 안보에 중요 요소로 판단, 정교한 기술 투자로 (사이버공격) 기반을 만든다고 경고했다.
AI 관련 군사 연구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121국을 비롯한 사이버부서가 이끌 가능성이 짙다고 봤다. 121국은 적국 컴퓨터 네트워크 침입, 외국 첩보 해킹 등 사이버작전을 수행하는 해킹조직이다. 그러나 북한 AI 개발 수준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AI 기술 한계로) 북한 핵무기에 AI가 활용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면서도 “북한 대학 내 AI 연구가 당국에 의한 엄격한 통제 아래 있음을 고려할 때 AI에 관한 학술 논문은 AI가 향후 군사 영역에 적용될 것이란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논문은 지난 2018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작성됐다. 논문을 살펴보면 북한은 인공신경망과 유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이버 침입 탐지 향상에 관해 연구했다. 자동 모바일 로봇에 신경망을 적용하는 연구, 자동 로봇을 작동시킬 때 거리를 측정하고 장애물을 인식하는 방법 등이 포함됐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