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내달 21일까지 입법예고
"CVC 제한적 허용 완전 반대 아냐
의원 입법안과 국회서 논의될 것"
'경성담합' 관련 전속고발제 폐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경성담합 전속고발제 폐지 등 2년 전 발의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그대로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화두로 떠오른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검토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국은 CVC 논의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발의된 의원안과 함께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위는 1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2018년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뒤 같은 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던 안과 사실상 동일하다.
이날 개정안에는 기획재정부가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명시한 'CVC 제한적 허용검토'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CVC란 대기업이 출자하는 벤처캐피털(VC)을 가리킨다. 스타트업을 자본 투자 대상으로만 보는 일반 VC와 달리 CVC는 자본과 대기업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육성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해 기존 사업의 가치를 높이거나,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다각화 수단으로 활용한다.
CVC 제한적 보유 허용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있던 공정위는 완전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CVC 허용을 반대해서 이번 개정안에 그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CVC 제한적 보유 허용과 관련해서는 의원입법안이 계속 발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3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처장은 “국회에서 정부안의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의원안의 CVC 허용 등을 심의해 최종안을 만들 것이고 공정위는 CVC 허용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유지됐던 '금산분리'(일반 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해 금고처럼 쓰지 못하도록 분리해두는 것) 원칙이 경제활성화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전체 담합 사건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입찰 짬짜미 등 '경성담합'에 대한 공정위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누구나 경성담합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은 현행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기업은 210개에서 591개로 늘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현행 10조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했고 새롭게 상호출자집단으로 지정되는 집단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 규제를 신설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상한은 2배로 높였다. 담합은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상향했다.
이외에 기업결합 신고 의무 확대 등 혁신성장 촉진 방안과 공정위 조사를 받는 사업자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 명문화, 진술조서 작성 의무화 등 절차법제 개선 방안도 담았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다시 들은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9월 정기국회 개회 전에 법안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