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00만대 규모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정부의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최종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해지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최종 판단이 부적합으로 결론 나면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수입차, 금융, 유통 대기업까지 직접 중고차 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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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전자신문 DB)>

중기부는 조만간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여부를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부적합 의견서를 받은 6개월 후인 5월 초가 발표 기한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의견 수렴 과정 등이 늦어지면서 발표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 기존 중고차 업계와 관련 대기업 등 이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늦춰졌다”면서 “양쪽 의사를 들어보고 조만간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동반위가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앞서 동반위는 생계형 적합업종은 매출액과 상시근로자 등 기준을 만족해야 하지만, 중고차 매매업자가 이미 소상공인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판단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 대기업과의 역차별과 통상마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판단이 나면 사실상 중고차 대기업 진출 길이 열린다. 시장 재편도 불가피하다. 완성차는 물론 수입차, 금융, 유통 대기업들이 직접 중고차 사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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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들이 매매단지에 주차돼있다. (전자신문 DB)>

국내 대표 중고차 회사는 엔카(운영사 엔카닷컴)와 KB차차차(KB캐피탈), 플카(현대캐피탈) 등이다. 이들은 중고차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직영이 아닌 통신판매 중개자 역할만 하고 있다. 직영 중고차 사업을 하는 K Car 등 일부 회사는 모두 중소기업이다. 자금력이 막강한 금융 대기업이 중고차를 매입해 기존 플랫폼으로 유통하면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렉서스 등 메이저 수입차 회사도 이미 중고차 가격 방어를 위해 딜러사와 함께 자체 인증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가 직접 중고차 매매업을 할 확률은 낮다. 다만 계열사나 협력사들과 손잡고 중고차 사업에 간접 진출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기존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소규모 회사들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가운데 중견급 이상 회사들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은 신차의 1.2배에 달하지만, 폐쇄성 탓에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제품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이뤄진 대표적 레몬마켓으로 불린다.

서울 한 중고차 매매단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매매단지를 찾는 손님이 절반이나 줄었는데, 정부가 나서 대기업 규제까지 풀어주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열악한 중고차 매매상사를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고차 플랫폼 회사 관계자는 “기존 업체 입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부담이지만, 긍정적 역할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중고차에 대한 투명성과 소비자 신뢰도를 높여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대기업과 기존 중고차 업계 간 자율 상생협약체계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