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술기업인 닛산이 16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일본차 불매운동과 '코로나19'사태로 인한 국내 판매량이 급감한 게 주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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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은 오는 12월말 한국시장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004년 한국에 진출한 닛산은 2015·2017년 연간 판매량이 1만대에 육박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쌓았으나, 2016년 디젤차 배출가스 임의 조작문제 사건으로 쇠퇴하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해 불어 닥친 일본차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실제 닛산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7월 전달 대비 19.7% 줄어든 228대를 판매하는데 그쳤고, 8월에는 58대로 더욱 떨어졌다. 올해는 4월까지 813대를 판매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1384대)과 비교해 41.3% 급감했다.

다만 한국닛산 측은 영업은 12월 말에 종료되지만, 기존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들을 위한 차량의 품질 보증, 부품관리 등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앞으로 8년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이번 철수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고,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닛산 측은 “그동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이처럼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된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울러 지금껏 아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닛산 본사는 이날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6712억엔(약 7조718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며 한국시장 철수계획을 밝혔다.

2018년 3191억엔(약 3조67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 회계연도에 거액의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닛산이 연간 결산에서 순손실을 낸 것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충격이 반영된 2008년 이후 11년 만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닛산의 2019년도 판매 대수는 일본에서 10% 줄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14%, 19% 감소했다. 이날 닛산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합리적인 추정이 어렵다며 내년도 실적 전망 발표까지 보류했다.

닛산은 2023년도까지 새로운 중기 경영계획을 제시하고 전 세계 생산능력을 20% 줄여 연간 540만대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실패를 인정하며 올바른 궤도로 수정하겠다”며 “선택과 집중을 철저하게 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닛산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도 폐쇄하는 방향으로 협의한다고 전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