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니혼게이자이 '자충수' 분석
불화수소 등 소재기업 실적 그늘
韓 기업 대체재 확보 등 성과

일본 정부가 지난해 한국을 상대로 단행한 수출규제로 자국 소재 기업 실적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현지 언론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일본 기업 소재를 사용한 한국 기업들이 수출규제 이후 대체재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자국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국 정부 대처를 '자충수'로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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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강화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대체재를 투입할 수 있는 공정을 파악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는 고순도 제품의 조기 국산화가 어렵다고 판단,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저순도품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조달 전략이 전환되면서 일본 소재업체 실적에 그늘이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LG디스플레이가 그동안 일본 스텔라케미파에서 수입했던 초고순도 불화수소 대신 국내 업체인 솔브레인의 자체 생산품을 LCD 공정에 투입한 것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스텔라케미파가 최근 발표한 2020년 3월 결산(2019년 4월 1일~2020년 3월 31일)에 따르면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회사는 한국 대상 수출 관리 운용 강화 등에 따라 반도체 및 LCD용 불화수소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스텔라케미파의 불화수소 출하량은 30% 가량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는 “LCD·반도체는 100개 이상 섬세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부 재료를 변경하면 불량품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수율 저하를 막기 위해 다소 비싸더라도 고품질 소재를 사용한 (한국 기업들의) 관습을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일부 공정에서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저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소재 기업들도 자국 정부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수출 규제 강화 이후 일본 소재 기업을 거래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경제산업성은 부적절한 사안이 있고, 신뢰관계가 훼손돼 수출 관리를 재검토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보복'으로 받아들여 반발하고 있다”면서 “한일 정부의 대립이 일본 기업 현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