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국회가 무선국 설치를 금지하는 조례 또는 법률 발의를 남발하면서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구축에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초연결 인프라 안정 구축을 위한 법률 재정비가 시급하다.
전파통신과 법 포럼에 따르면 5G·롱텀에벌루션(LTE) 이통 기지국 구축이 발생시키는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포비아'로 인해 지자체와 중앙정부, 지역주민, 통신사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등 광역 단위를 포함해 시·군·구, 교육청 등 7개 지자체가 전자파 취약 계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특정 지역에 기지국 설치를 금지·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2016년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위치한 건물에 기지국 설치를 제한하는 '전자파 취약계층보호 조례'를 제정했지만 이를 대법원이 무효화했다.
대법원은 “조례안이 영업과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상위 법률의 위임 없이 규정됐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후 경기도의회는 조례(안)을 수정,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교육감 직접 관할인 공립유치원·학교 등에 한해 기지국 설치를 제한하기 위한 조례를 재통과시켰다. 시·군·구급 지자체에서는 강동구, 양천구(이상 서울), 고양시, 부천시(이상 경기), 무안군, 나주시(이상 전남)도 전자파 안심지대 지정과 관련한 조례를 통과시키고 기지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통과 이후에도 전파법과 교육 관련 상위법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종합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에는 전자파를 환경오염 물질 또는 환경 규제 대상으로 강력 규정하는 법률(안)도 지난 20년 동안 12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미 전파법상에 혹시 모를 전자파 유해성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령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전파법에 따르면 무선국은 기준에 따라 전자파 강도 등 안전을 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통신사가 무선국을 설치할 때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부터 까다로운 심사를 받게 된다. 전자파를 유발하는 모든 제품은 등급제로 관리된다.
지자체와 국회의 전자파 규제 강화 논의는 과학적 근거와 현행 규제를 도외시한 채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국민 우려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무선 기지국의 인체 유해성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 고시, 전자파 흡수율 측정 기준, 전자파 흡수율 측정 기준 등 고시를 운영하며 전자파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휴대폰과 네트워크 장비 등 모든 무선통신기기는 정해진 기준을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이통사는 지자체 규제 또는 지역주민 반발과 이에 따른 통신서비스 품질 관련 민원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모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장기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뉴딜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5G 인프라 조기 투자에 차질이 우려된다.
과학적 연구로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이 없음을 보완하는 동시에 규제·법령 전반에 걸친 재정비가 필요하다. 다른 전파 제도와 일관성을 고려할 때 전파법이 관련 규제를 일괄해서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파 전문가는 17일 “일부 정치권이 빈약한 근거로 전자파를 둘러싼 갈등을 조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명확한 연구를 바탕으로 법령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