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석좌교수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표준산업 분류에 의한 로봇이란 강한 힘 및 속도와 정밀성을 갖춘 자동화 공작기계로서의 산업용 로봇을 말한다. 로봇이 사람과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접촉자 생명을 빼앗거나 불구를 만들 수 있는 위험한 기계로 분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독립된 로봇 공간을 마련할 여건이 없는 중소 규모 작업장이나 작업자와 로봇이 같이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로봇이 보급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인간 친화적 산업용 로봇이 협동로봇이다. 여기서 산업용이라 함은 기존의 공장 자동화 설비와 융화할 수 있는 수준의 힘과 속도 및 정밀도 그리고 통신표준을 갖추고 있음을 말한다.

인간과 로봇이 물리적 장벽 없이 서로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서는 협동로봇이 갖춰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로 장애물 충돌 감지 혹은 회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로봇의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셋째로 로봇 초심자일지라도 약간의 훈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 및 직관성을 갖춰야 한다.

협동로봇은 생산 분야에서 기존 산업용 로봇을 대체하거나 기존 로봇으로 어려웠던 새로운 적용 분야로 진출하는 등 급속히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로봇 전용공간 및 설비의 제약으로 사용을 제한받던 중소규모 작업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식음료 영역에서 선도적으로 수많은 시도를 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물류, 농업, 교육 등 기타 영역에서도 많은 도전이 이뤄지고 있어 협동로봇 시장은 2015년을 기점으로 매년 20% 이상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협동로봇 시장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첫째로 시스템 통합(SI) 전문가 부족이다. 생산 및 서비스 분야에서 협동 로봇을 적용하고자 하는 요구는 넘쳐나지만 이를 구현해 줄 수 있는 시스템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다. 실제 사용자는 비전문가로서 로봇을 다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로봇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로봇이란 매니퓰레이터로서의 기능과 성능에 충실한 기계장치일 뿐이다. 여기에 비전, 각종 센서, 그리퍼 등으로 시스템을 구성하고 소프트웨어(SW)로 생명을 불어넣어 실제로 요구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봇 시스템 통합 전문가야말로 다양한 적용 분야를 발굴하고 구현하는 개발자로서 로봇 시장 확장에 중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둘째는 안전 인증 문제다. 현재 표준산업 분류로는 협동로봇을 산업용 로봇과 같은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다. 즉, 위험 기계로서 엄격한 안전기준을 지켜야 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나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국제 표준에서 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ISO의 기술사양서(TS)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전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으나 법적 분쟁 소지를 남기고 있어 보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봇 대체로 인한 노동력 재분배 등 갈등 요소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이에 대한 표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적 특성과 구동, 제어기술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선진국에 포획된 산업용 로봇 기술의 틀에 갇혀 넘지 못하던 벽이 사라진 것이다. 근래에는 순수 우리기술로 충분한 기술기반을 갖춘 국내 로봇 전문기업이 등장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협동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100%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래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신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후발주자로서 로봇 산업 경쟁에 밀려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협동로봇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석좌교수 jhoh@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