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멀쩡한 전기차 충전기를 철거하고, 새 충전기 설치를 시도한 사례가 나왔다. 이 업체는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기존에 의무 설치한 충전기를 떼고, 새 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계약까지 완료했다.
국토교통부가 2017년 하반기부터 신축 아파트단지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정부 규정에 따라 이미 구축된 충전기 이외 추가분에 한해 환경부가 지원하는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전부를 없애고 더 많은 보조금 타내려는 시도다.
뒤늦게 환경부는 이 업체가 해당 아파트단지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파악하고, 보조금 미지급 등 즉각적 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지역 대형 아파트단지가 단지 내 안내문을 통해 기존 전기차 충전기 16기를 A충전사업자가 제공하는 충전케이블 2채널의 충전기(14㎾급) 16기로 교체한다고 알렸다.
2017년 말 완공된 이 아파트단지에는 기존에 충전기 제조사 B사가 공급·설치한 7㎾급 완속충전기가 주차장 여러 곳에 설치돼 문제없이 잘 사용돼 왔다.
이 가운데 지난달 3~4곳의 충전사업자가 이 아파트단지에 충전설비 교체를 제안했고, 경쟁 끝에 A사가 최종 선정됐다. 이 아파트단지의 안내문에 따르면 A사가 기존 시설물 철거하고 새 충전기에 대한 국가 보조금을 신청한 후 교체작업에 들어간다고 명시됐다.
정부가 지원하는 충전기(완속) 당 설치 보조금은 320만원으로 충전사업자들은 충전기 당 30만~50만원 이익을 남기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멀쩡한 충전기를 보조금을 지원받는 충전기로 교체하는 건 불법은 아니지만, 보조금 경쟁 과열로 멀쩡한 충전기까지 떼는 일은 큰 낭비로 선정업체뿐 아니라 이를 제안한 모든 업체가 문제다”며 “국가 보조금 경쟁 과열로 이 같은 사례는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충전기 보급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상황 파악에 나선 후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상 작동중인 전기차충전기를 강제로 철거하고 충전기를 신규 설치한 후 보조금 지급을 요청하는 경우엔 보조금 지급이 어렵게 될 것”이라며 “일부 업체가 철거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조만간 관련 사업자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면 당 충전기 보조금을 지원한다. 지원하는 충전기 수는 지방자치단체 별 규정에 따라 18~74개 주차면 당 1기의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