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재난지원금 기부로 촉발된 '선심과 양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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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전 국민으로 넓어지자 정부와 국회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부 행렬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부가 선심이 아닌 양심의 문제가 될까 우려된다. 일각에서 기부를 종용한다며 날선 비판을 가하는 것도 동일선상의 문제다.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맞서다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라는 타협안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재난지원금 기부 운동을 촉발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 기부한 것으로 간주하고 고용보험기금 수입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국가에 기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담은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법안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반대급부 없이 자발 기탁하는 금전을 '긴급재난기부금'으로 규정했다.

구체화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할 때 자발 기부에 동의하거나 신청 이후 자발 의지에 의해 낸 기부금은 '모집 기부금'으로 본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개시 일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하지 않는 경우 자발 기부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의제 기부금'으로 명시했다.

누구를 지시하지 않아도 고위직부터 '자발적 기부' 분위기를 형성할 가능성이 짙다. 아니나 다를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처럼 민간의 자발 참여도 내심 기대하는 듯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집 기부'를 외면할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많지 않다. 자칫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캠페인'까지 벌일 수도 있다.

저소득층 가구의 동참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시절에 돌반지 등 금붙이를 들고 나온 국민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이 적극 소비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었지만 기부를 통해 텅 빈 나라 곳간을 메꿔야 한다는 양심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고 지적한다.

차라리 재원이 모자란다면 국민에게 진솔히 양해를 구하는 편도 나쁘지 않았다. 공약 이행에 급급해서 '전 국민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책임 떠넘기기'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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