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기술유용 행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기술 비밀자료 거래 시에는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을 의무로 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법이 개정되면 종속적 관계를 내세워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대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책이 마련되는 셈이다. 법적 분쟁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상생법 개정을 계기로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생법 개정안은 우선 기술유용 행위를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비밀로 관리된 기술자료를 △부정한 목적으로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사용하는 행위 △제3자에게 공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영업비밀 수준으로 구체화해 보호 대상을 명확히 했다.

이처럼 기술유용 행위를 법으로 정의한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위탁거래 과정에서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탁 중소기업 가운데 65%가 위탁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빈번하게 기술자료 요구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수탁기업의 대부분은 매출 상당수를 위탁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증거자료 제시와 침해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대부분은 소송을 포기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생법이 비밀유지협약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한 것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상생법은 수탁기업(중소기업)이 위탁기업(대기업)에게 유용금지 기술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기술유용을 예방하기 위해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비밀유지협약을 의무화함으로써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법적 분쟁 과정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기술분쟁 과정에서 겪는 기술유용 행위 입증의 어려움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상생법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기술유용 관련 사실을 입증했을 경우, 대기업에서는 해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과거 피해자가 모든 피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했던 부당한 관행이 앞으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동시에 입증 책임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아울러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도 대폭 확대한다. 기술유용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만큼 기술유용에 대한 억지력도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전통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벤처기업과 스타트업계의 절박한 요청을 반영해 '기업 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기술탈취 관행을 바로잡아 중소기업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 역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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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