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의 기술 개발 전략을 살펴본 데 이어 제조업 혁신을 위한 기술 개발 실천 전략을 짚어보기로 한다.
우선해야 할 전략은 현재의 제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무에서 시작해 철강, 자동차, 조선, 가전,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모바일폰, 반도체 등 제조업을 세계 수준으로 성장시켜 왔다.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은 2016년 기준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5위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의 강점은 축적된 공정기술 역량에 있으며, 이는 4차 산업혁명 추진에 활용할 필수 자산이다. 세계에서 제조업 종사자 대비 가장 많은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고 있는 환경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해서 생산 기술을 혁신함으로써 하락하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시켜 끌어올려야 한다.
한편 제조업을 혁신시키는 것과 동시에 축적된 공정 기술과 경험을 다른 산업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초정밀 공정 기술은 반도체 외에도 마이크로·나노 부품은 물론 정밀화학 및 바이오소재, 바이오기기, 첨단 분석 장비 등 여러 분야의 제조업 경쟁력을 기르는 데 요긴하게 활용될 기술이다.
초정밀 공정 기술을 AI 전용 칩 및 자율주행 자동차용 센서 등 부품 분야로 확장해 글로벌 공급기지가 돼야 하며, 세계가 필요로 하는 첨단 부품을 위탁생산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산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가 취약한 기술 분야를 빨리 보완하는 전략이다.
공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첨단 장비나 소재 기술은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AI나 빅데이터, 고성능 컴퓨팅, 사이버-물리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SW) 분야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영역의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이런 기술은 선진국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 육성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보호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선진국 의존 심화 우려가 있다.
우리 노력만으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제조 기술을 제공하는 등 우리의 강점을 지렛대로 활용,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전략을 펼쳐야 한다.
신기술을 시험하기에 좋은 환경을 활용해 세계 거대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윈이나 가상물리시스템(CPS)의 실증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제조업 또는 보건 등 영역에 축적돼 있는 데이터를 다국적 기업과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전략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기술 영역에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다.
첨단 소재나 생산장비 기술은 물론 AI, 빅데이터, 양자기술 같은 범용 기술 역시 계속해서 진화하면서 우리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단기간에 만족할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술과 경험이 축적돼 진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필요한 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것과 함께 지식 플랫폼과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양성을 지속해야 한다.
제조업은 특성상 경쟁력을 기르는데 긴 축적의 과정이 필요하고, 성공하기도 어려우며, 한 번 상실한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주목받은 이면에 초정밀 공정 기술과 자동화 생산 기술이 있었음에 주목하고 우리 제조업 역량을 더욱 길러야 한다.
아홉 번째와 열 번째 연재에서 설명한 바 있는, 제조업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며 세계 최강국들은 예외 없이 제조 강국이라는 것과 제조업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을 상기해 보기를 바란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현장인 기업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기업 정책을 살펴볼 예정이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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