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등록된 전기차(BEV) 수가 10만대를 돌파했다. 2013년 제주를 시작으로 한 국가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그러나 정부의 국가 보조금 등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 시장 형성까지는 아직 요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소 30만대 보급까지는 정부와 민간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9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초소형 전기차를 제외한 국내 배터리 전기차(BEV) 누적 등록 대수가 3월 말 기준 10만456대로 집계됐다.
국토부 통계(2월 말 기준) 9만3572대와 환경부가 최근 집계한 지난 3월 민간 보급실적 6884대를 합친 수치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이 차량 등록 후 보조금 수령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 10만대 돌파는 2013년 6월 제주를 시작으로 160대 민간 보급을 실시한 지 8년 만의 성과다. 이후 2014년 전국으로 확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가격의 30~40% 구매 보조금과 충전기 등을 무상 보급해 왔다.
아직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 2368만대(2월 기준)와 비교하면 전기차 비중은 0.44%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 2016년 전기차 10만대 판매를 돌파한 일본과 노르웨이, 미국, 중국 등의 국가보다 약 4년 늦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가솔린 차량 등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전기차·충전기 보조금에 의존하는 정부 주도형 시장에 머물고 있다.
업계는 최소 30만대를 전기차 민간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준으로 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3000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정부의 보급 목표 물량인 약 8만대를 달성하면 국내 전기차 수는 약 18만대로, 앞으로 2년 동안 26만대를 보급해야만 가능한 수치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기차 10만대 돌파는 길거리에서 전기차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확산에 탄력이 붙을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면서 “신차 효과 등을 고려하면 국내 전체 등록 차량의 1%가 넘는 25만~30만대가 되는 시점부터 민간 투자 등 기업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2013·2014년 전기차 보조금(국고+지방비)은 차량당 2100만원에서 최대 2700만원을 지원했고, 현재 보조금은 평균 1300만~1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매년 전기차 보급 물량이 느는 대신 차량당 지원금은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승용 전기차 6만5000대, 전기트럭 7500대, 전기버스 650대, 전기이륜차 1만1000대 등 총 8만4150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