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부지 선정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정부에 수정을 건의했다. 기준이 수도권 인접 후보지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쟁 지방자치단체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1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 사업 부지 선정을 앞두고 후보 지자체 간 여론전이 가열되고 있다.
전남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평가 항목 수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부지 유치 공모 계획 평가 항목과 기준을 공고했다. 평가 항목은 기본 요건(25점), 입지 조건(50점), 자치단체 지원(25점)으로 구성했다. 29일까지 유치계획서를 접수, 5월 7일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남도는 6일 총 배점 50점이 부여된 입지 조건 6개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시설 접근성 및 편의성, 현 자원 활용 가능성, 배후도시 정주 여건 등 3개 항목은 수도권 인접 지역이 아니면 사실상 높은 배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는 평가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평가 항목, 세부 요소 배점과 평가 방법을 공개할 것과 접근성이나 현재 보유 자원 등 가속기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평가 항목을 삭제 또는 대폭 축소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입지 관련 평가 항목에서 후보 지역 간 점수 차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시작부터 전남도가 핸디캡을 안고 평가를 받는 것과 같다”고 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경북도 또한 전남도와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대응에 나서진 않았지만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사실상 충북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평가된다.
반면에 충북도에선 평가 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남·북, 대전 소재 20여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 등은 이보다 앞서 방사광가속기 입지 선정에서 위치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충북이 최적 입지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는 주요 목적이 연구, 산업 지원인 가운데 접근성이 주요 항목으로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조건이 불합리한 것과 조건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꼬집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특정 지역의 유불리를 가늠할 수 없다”면서 “다른 후보 지역의 움직임에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평가 기준에 문제가 없어 수정 또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평가 기준, 항목을 특정 지자체에 유리하게 만들거나 배점을 구성했다는 것은 일부 지자체의 일방 주장”이라면서 “방사광가속기 도입 목적과 연계해 평가 항목을 설정한 것으로, 수정이나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해서 방출되는 고속의 빛을 활용, 초미세 세계를 분석하는 장비다. 반도체, 신약 개발 등 산업 지원과 기초 연구 분야에 쓰이는 필수 설비로 떠올랐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방사광가속기 및 부속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북(포항시), 전남(나주시), 충북(청주시), 강원(춘천시), 인천시 등이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