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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만년 전 남극 상상도. 제임스 매케이,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연 평균 기온 영하 55℃도, 남극. 남극이 공룡시대인 9000만년과 유사한 온대 우림으로 상당 기간 존재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지리환경과학과, 독일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팀은 '남극 해저 지층에서 발굴된 백악기 온대 강우림 화석'에 관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7년 서남극 파인섬 빙하 인근 해저를 시추했다. 시추공으로 뽑아 올린 퇴적물에서 다른 층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숲 토양층을 발견했고,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나무 뿌리와 꽃가루, 포자, 현화식물 잔해 등을 확인했다. 화석을 토대로 식생과 기후를 복원하자 당시 남극은 습지가 많고 침엽수와 양치식물 등이 들어선 고대 온대 강우림 식생 분포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9300만∼8300만년 사이 서남극 해안이 지금의 뉴질랜드 남섬의 온대우림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백악기 시기다. 중생대를 셋으로 나눈 것 중 마지막 시대인 1억3500만 년 전부터 6500만년 전까지를 지칭한다.

연구팀은 연평균 기온은 약 12도로, 현재 호주 남부 지역과 유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여름 기온은 평균 19도, 강과 습지의 수온은 20도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남극 온대 강우림이 신생대 제3기 중반 무렵인 올리고세(3800만~2500만년 전)까지 지속됐고, 일부는 1000만년 전까지도 남아있을 수 있었는 것으로 추정했다.

남극 대륙과 남극점이 지난 9000만년 사이에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남극 대륙 온대 강우림은 기후변화 산물이라는 분석이다.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지구 온도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추정한 당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1120~1680ppm에 달했다. 400ppm 안팎인 현재 대기 중 CO₂ 농도보다 네 배가량 높다.

어떤 이유에서 당시 남극 대륙이 강력한 온난화 과정을 거쳤다. 4개월가량 햇빛이 없는 상황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CO₂ 농도로 인해 온난화가 가속화된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CO₂의 강력한 온난화 유발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토르스텐 비케르트 독일 브레멘대 박사는 “햇빛이 없는 상태에서도 CO₂ 농도가 아주 높다면 남극점 근처라도 온대 기후가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다음 질문은 “이토록 따뜻했던 남극이 어떻게 지금의 혹한의 환경으로 바뀌었는가”이다. 현재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남극이 과거 온대림으로 존재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 괴테대 외르크 프로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남극대륙 부근 해상에서 채취한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해안지대에서 야자수 등 열대성 식물이 번성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진은 현재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난화가 심화된다면 200~300년안에 다시 예전의 남극대륙에서와 같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