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습격한다. 한 지역에서 세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승기를 잡은 바이러스는 파죽지세로 인간을 몰아붙인다. 실시간으로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올라온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이다. 급기야 지구촌 정상은 한자리에 모여 연대를 강조한다. 한 편의 영화 같지만 지금 일어나는 현실이다. 이달 26일 20개국 정상은 'G20특별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를 '공동의 위협'이라며 강력하게 대처하자고 결의했다. 채택된 공동선언문에서는 “연대 정신과 함께 과학에 기반을 둔 국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결국 과학의 힘으로 바이러스를 퇴치하겠다고 방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과학이 해법이라고 단언했다. 코로나19 진단에서 치료, 완치까지 과학 없이는 불가능하다. 완전퇴치 단계인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과학에 의존한다. 시간과 싸움만 남았다. 모호한 과학을 적분으로 정리하면 축적된 연구개발 성과라고 부를 수 있다. 연구개발을 다시 미분해 더 확실한 정의를 내린다면 논문과 특허다. 결국 코로나19 승부처는 논문과 특허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논문과 특허는 급증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논문은 2002년 사스를 기점으로 급증, 지금까지 총 1만4098편이 나왔다. 2002년 이전까지 연간 140~150편에 불과했지만 이후 연간 1000편까지 치솟았다. 미국(4333편), 중국(2490편), 영국(964편), 독일(822편) 등이 주도했다. 특허도 2012년을 기점으로 총 2424건이 등록됐다. 특허 대부분은 주로 진단과 백신 개발이며 우리나라는 진단키트, 항체검출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우연히 '진단키트 강국'으로 떠오른 게 아니다. 아울러 백신이 나온다면 미국과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특허·논문과 같은 지식재산이 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지식재산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산업과 시장을 읽어 낼 수 있다. 지금보다 한발 앞서가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식재산 정책은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거버넌스가 갖춰져야 한다. 중심이 없다면 정책 자체도 중구난방으로 겉돌고 한순간 유행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지식재산하면 흔히 특허청을 떠올린다. 특허청은 사실 집행기관이다. 실제 컨트롤타워는 따로 있다. 2011년 7월 지식재산 강국을 모토로 제정한 지식재산기본법에서는 대통령 소속 '지식재산위원회'를 총괄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1년 출범해 벌써 내년이면 10년을 맞는다. 이달 5기 위원회가 진용을 갖췄다. 새로 출발선에 섰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무관심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미미한 존재감 때문이다. 위상과 역할이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당장 사무국인 전략기획단은 총리실에서 부처로 급이 떨어진 지 오래다. 심의와 조정 역할은 언감생심이다. 특허청을 포함해서 문화부, 환경부, 농림부 등 각 부처로 쪼개진 업무를 총괄하기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힘을 실어 줄 대통령과 청와대는 관심 밖이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는 그냥 법에 명시된 이름일 뿐이다.
지식재산이 강해야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다. 산업역사가 이를 증명해 왔다. 위원회에 걸맞게 위상을 높여야 한다. 아니면 아예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지식재산의 결과물이다. 중심축이 흔들리면서 '지식재산 강국'은 10년째 공염불이다. 시장이 진단키트와 백신, 치료제를 바라볼 때 정부는 더 멀리 봐야 한다. 그래야 세금이 아깝지 않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