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말미암아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랜 세월 지구를 지배해 온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고작 0.1~0.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바이러스에 쩔쩔 매고 있다. 인간은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 왔듯이 이번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바이러스 진화 속도가 인간의 혁신 속도보다 빨라서 앞으로도 이와 같은 위험이 계속 닥쳐올 것이라 보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혁신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 과연 어떤 혁신이 필요할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이오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바이러스 진단과 백신 및 치료 기술 개발, 실감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및 AI 기술이 결합한 원격의료 기술 개발, 의료재난 현장에서 필요한 로봇 자동화 기술 개발, 융합 빅데이터(통신, 금융, 유통, 교통 등)와 AI 기술을 활용한 바이러스 전파 경로 예측 기술 개발, 실제의 효율성 높은 재택 근무를 위한 3차원(3D) 실감통신 기술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기술 개발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일은 이를 활용해서 변화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익숙한 관습으로부터 단절하고 기득권 반대에도 규제를 혁신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앞으로 핀테크, 온라인쇼핑, 온디멘드 유통, 무인점포, 디지털 참여 민주주의 확대와 같은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재택 근무 확대라 볼 수 있다. 감염이 확산되면서 여러 기업이 앞다퉈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재택 근무는 근로자 삶의 질 향상과 기업 생산성 향상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주52시간 근무제를 강력하게 시행했다. 그동안 고도 성장으로 말미암아 과도하게 책정된 근로시간을 줄여서 저녁 있는 삶에 대한 국민의 증대된 요구를 수용한다는 취지였다. 근로시간 단축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을 우선 유도·지원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별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재택 근무는 바로 생산성 향상에 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의 경우 이번 시행 경험을 통해 재택 근무가 출근 근무보다 오히려 생산성을 더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본다. 재택 근무를 위해서는 이를 위한 환경 구축이 우선 돼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수준과 최근 개발된 다양한 협업 도구, 영상회의 시스템 등으로 미뤄 볼 때 이미 큰 어려움 없이 효율 구축이 가능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기업 프로세스와 문화를 수평·개방·협력·자율의 큰 트렌드 변화에 맞게 정비하는 것과 오랜 관습으로부터의 과감한 단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어닥친 온라인쇼핑과 배달 온디멘드 서비스 열풍의 예로 미뤄 볼 때 불과 짧은 기간 안에 재택 근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재택 근무는 생산성 및 기업 경쟁력 향상, 삶의 질 향상, 교통난 해소, 주택난 해소 등에 큰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과거 성공 경험의 안주에서 벗어나 새로움이라는 불편함 속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것이다.
김영환 인공지능연구원장 nomad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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