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향후 기업 경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적지 않은 CEO가 기업가치를 높여 회사를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라고 답변하곤 한다. 창업가들의 이러한 꿈이 원활히 달성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인수합병(M&A) 시장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들여다보면 표면상으로는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M&A거래소(KMX)가 분석한 '2018년 주요 기업 M&A 추진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거래된 인수합병 거래금액은 51조원이다. 이는 2017년 33조원 대비 56% 이상 급성장한 규모다. 뿐만 아니라 M&A 건수도 833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M&A가 달성된 산업 분야 역시 서비스(13.7%), 전자·전기·가스(12.1%), 건설·부동산·광업(11.6%), 물류·유통·운수(11.4%), 기계·금속·제강(10.2%)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전개돼 내용적인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수치상 내용만 보면 국내에서도 창업 이후 M&A를 통한 수익실현 기회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스타트업이 M&A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M&A 상당수는 대기업과 견실한 중견기업 내지 중소기업이 주도가 돼 진행된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편과 신성장 분야 확보 등의 목적으로 활발히 M&A를 추진해 왔다. 대우조선해양 12조원(작년 공정위 발표 자산총액 규모), 넥슨 15조원(시가총액)을 포함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 LG유플러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M&A를 추진하면서 M&A금액이 급격히 늘었다.
전통적으로 M&A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M&A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회사들로 꼽히는 일본 회사들 역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M&A시장 형성은 요원한 일일까? 국내 스타트업의 M&A가 여타 국가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전 세계 기술기반 스타트업 엑시트(EXIT) 순위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세계 기술기반 스타트업 엑시트 순위 1위는 미국, 2위는 영국, 3위는 인도, 4위는 캐나다 순이다. 이들 국가들 가장 큰 공통점은 언어(영어권)에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력과 사내 보유한 기술진 가치를 자기 스스로 유포하고 대외적으로 홍보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해당 회사가 있는지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영어권 스타트업 기업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영어권 국가들 모두에게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획득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회사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 내지 인수자를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 전 세계 기술 기반 스타트업 엑시트 순위 11위인 중국의 경우 자국 내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11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국내 스타트업 기업은 한국어를 기반으로 자사를 홍보하고 세일즈 했을 것이다. 만약 지금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매각하길 희망하는 CEO가 있다면 더 큰 고객들이 영어권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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