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논쟁으로 치부됐던 '원격의료'를 코로나19가 끌어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내 2차 감염을 막기위해 '전화처방'을 한시 적용하면서 의료계 반발이 이어졌다.
원격의료는 20년 가까이 '시범사업' 딱지를 떼지 못한 규제의 대표 사례다. 1988년 이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수차례 반복됐다. 1988년 통신망을 이용해 서울대병원 등과 보건의료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서 실시했다. 유헬쓰 최초 시범사업으로 원격 영상진단을 내렸다. 이후 2000년 강원도 16개 농어촌 시·군 대상부터 2005년 교도소 수감자대상, 2007년 격오지 부대 군장병 대상, 2008년 산간·도서지역 대상, 2014년 도서벽지·의원급 의료기관 대상, 2016년 중소 산업단지 근로자·농촌 창조마을·노인용야시설 등 확대까지 다양한 지역, 현장에서 끊임없이 시도됐다.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실제 의료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의료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이견을 보이며 의료법 개정은 번번이 무산됐다.
정치권과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논란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당시 정부는 도서지역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을 18대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정치권 반대로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3년 뒤인 2013년 원격의료 도입 재추진했으나 무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복지부와 의사협회가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원격의료를 입법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원격의료 확대 시 의료영리화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6년에 20대 국회에 또다시 다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지금까지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만큼 자동 폐기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부터 원격의료 용어도 바뀌기 시작했다. 2016년 국회에 제출된 의료법 개정안은 '원격의료' 그대로 사용했지만 2017년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로 바뀌었다. 법안 처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비책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스마트진료'로 또다시 바뀌었다. 2018년 8월 보건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청 협의에서 원격의료 재추진뜻을 모았고 지난해 '도서, 벽지, 원양선박, 교도소, 군부대 등 의료사각지대에 한해 의사·환자 간 스마트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