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전날 제출한 4·15 총선 선거구 획정안 관련해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을 두고 진통이 반복됐다.
행안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이 공직선거법 25조1항에 명백히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를 한 차례 요구할 수 있는 만큼 획정안 재의를 요구한다”고 의결했다. 행안위는 획정안에 명백한 위법 요소가 있을 경우 한 차례 획정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전혜숙 행안위원장은 “국회가 이것을 제때 합의 못해서 획정위가 고생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이론이 아니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목소리를 냈다는 것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분위기를 보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재의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제출된 획정안에 국회가 합의한 '선거구 최소 조정'과 '구역 조정의 최소화'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야 3당은 이 외에도 획정안이 인구 규정, 농산어촌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재심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시 강남구보다 인구가 590명이 더 많은 노원구 갑·을·병 지역 통폐합은 제25조 1항 1호의 선거일 전 15개월에 속하는 '주민등록법' 인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메가 선거구로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6개 시·군이 묶인 것도 문제가 됐다.
장정숙 민주통합의원모임 의원은 “강남은 가만두고 노원은 갑·을·병으로 정리했다. 어떻게 이 지역 통폐합이 선정되고 강남구는 그대로 있는지 의구심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은 “시도별 정수에서 3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느 시도든 한 석을 줄여야 한다. 그러면 선거구 감소가 가능한 데이터를 뽑아봤을 때 강남구와 노원구가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인구 추이를 봤는데 강남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고 노원은 늘어나도 10년간 인구 감소 추이를 볼 때 감소되는 게 늘어나는 추이가 약하다고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인구 추계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4년 후 인구는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이다”라며 “경우에 따라 지역구 의원 결탁이라고 왜곡돼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도 “2019년 1월 말 기준으로 인구를 책정하라는 것은 다른 판단을 넣지 말라는 것이다. 선관위 재량권을 넘어선 판단”이라며 “법적 기준을 현저하게 위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양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공룡 선거구가 아니고 괴물 선거구”라며 “이런 안은 저 지역을 전혀 모르고, 지도와 인구수만 보고 기계적이고 산술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6개 시·군을 묶은 것을 비판했다.
애초 여야는 5일을 획정안 처리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행안위 전체회의는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다.
획정위가 4일 밤 사이 논의를 통해 새로운 안을 마련해 오면 5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