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동통신 가입자 인증을 위한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을 전기통신사업법상 휴대폰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포폰 등 불법명의 휴대폰과 관련, 중요 판례가 확립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인천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김 씨는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 사기거래 과정에서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의 유심을 구매해 자신 휴대폰에 부착해 사용, 사기죄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타인 명의 휴대폰이 아닌 단순 유심을 구매했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이동통신 단말장치는 '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간통신역무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단말장치'로 정의된다는 법조문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심을 사용하는 현재 보편적 이동통신 시스템에서는 유심 개통없이 단말장치만 개통할 수 없고, 반대로 단말장치 개통없이 유심 개통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의 '단말장치 개통'은 유심의 개통을 당연히 포함하거나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타인이 유심과 단말장치를 개통한 뒤 피고인이 넘겨받아 사용하는 행위, 피고인이 유심만을 넘겨받아 다른 공기계 단말장치에 장착해 사용하는 행위는 타인 명의로 단말장치를 개통해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면서도 김씨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판결로, 향후 유심칩 불법 구매 등을 통한 타인명의 도용 범죄 행위에 대한 판례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