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존율 높은 재창업 적극 도와
정부 '제2 벤처 붐' 주도 의지 반영
단순 융자 외 지원 제도도 세분화
실패한 기업가의 재도전 창업 지원에 올해 정부가 2000억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3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신생 벤처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재창업 기업을 적극 지원, '제2 벤처 붐'을 주도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창업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재도전 창업지원 사업 규모는 2040억원에 이른다. 2010년 재정착 자금 200억원으로 시작한 재도전 정책 지원 규모가 10년 만에 10배 커진 셈이다. 여기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재기지원 펀드까지 있다. 이를 합치면 재도전 지원 규모는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올해 재창업 자금으로 900억원을 집행한다. 창업진흥원이 재도전 성공 패키지에 175억5000만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재창업 과제 연구개발(R&D) 지원에 45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희망리턴 패키지와 재창업 패키지 사업으로 420억원을 배정했다. 여기에 신용도가 낮지만 기술력이 우수한 재도전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특별자금 500억원도 별도로 책정했다.
지원 제도도 다양화됐다. 이전에는 재창업 자금 융자 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시제품제작비 지원부터 기술 개발 지원, 멘토링 및 네트워킹, 교육, 투자 연계, 특허전략 수립까지 지원 프로그램도 세분화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이 제공하는 재기 지원 보증 금액도 올해 20% 이상 늘어난다.
정부는 연내 유관 기관, 지자체, 민간 재기 정책의 통합정보를 제공하는 '재기지원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소상공인에 특화된 재기 종합대책도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가 재도전 창업 생태계에 집중하는 것은 실패를 경험한 이들의 경험을 중요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패 후 재창업 지원을 받은 기업의 5년 생존율은 50.8%였다. 이는 일반적인 첫 번째 창업기업 생존율의 2배에 이른다.
재도전 창업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정부의 전체 창업 지원 규모는 1조4517억원이다. 이 가운데 재도전 창업 지원 사업 비중은 여전히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재도전 창업가는 평균 5000만원 수준의 경영자금을 지원받지만 재기에 성공하긴 어렵다”면서 “자금 지원과 함께 단계별 재도전 지원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업 실패=재기 불능'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한 사회 안전망과 인식도 중요하다. 실패 기업인 대부분이 금전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가정 붕괴, 건강 악화, 배신감 등의 충격을 받는 일이 많다. 재도전 생태계 조성과 함께 복지 정책을 지원 사업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