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원격의료와 감염병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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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신종 코로나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가장 먼저 걱정이 되는 계층은 노약자가 있는 가구다. 면역력 약한 유아동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층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

지금은 계절상 인플루엔자와 감기가 유행하는 시즌이다. A형 독감 환자도 많다. 그러나 열이 나고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에 가기가 꺼려진다. 메르스 확산 때처럼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정부는 전염병 치료와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동을 마련했다. 현재 각 병원은 출입구마다 안내문을 붙이고, 중국 후베이성 등지를 방문했거나 발열이 있는 사람은 선별해서 진료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통로는 전부 폐쇄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전염병이 확산되는 시기라면 일반인들은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병원에 가길 저어한다.

이런 상황이니 원격진료가 막힌 국내 현실은 더욱 안타깝다. 원격의료는 비대면이다. 신종 코로나가 의심되는 환자가 집에서 진료를 받으면 접촉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의료진 감염에 대한 우려도 줄어든다. 병원에서 감염병 전염을 우려하는 다른 환자도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운영 중인하고 있는 명지병원은 의료진의 안전과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로봇을 이용한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명지병원은 세 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를 국가지정 격리병상에 수용한 곳이다. 명지병원은 선별진료소 진료 단계를 이원화하고, 1차 선별 시 로봇을 투입해 담당 의사의 스마트폰과 연결해 원격 협진을 시도한다. 최소한의 병원 내부 원격 의료이다.

의사는 의심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 진료실이나 연구실 등 어느 곳에서나 협진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된 로봇은 미국에서 개발했다. 해당 의료용 로봇은 본래 청진기와 바이털 측정 시스템이 부착됐지만 국내 도입 때는 떼고 들여왔다. 국내 원격의료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에서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명지병원은 전염병 등에 대해 효과가 있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최소한의 원격의료만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초기 방역에 실패했어도 도시 폐쇄 결정이 내려진 후베이성 우한에 5세대(5G) 통신 기반의 원격의료를 전면 도입했다. 베이징이나 쓰촨 종합병원과 우한 시내 병원을 연결, 원격 진료를 하고 있다. 늘어 가는 감염자를 담당할 전문 의료인 부족 문제도 원격 진료로 해결한다.

국내 일부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오진하거나 정보 유출 우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한다. 중국은 이미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어 전염병 확산 사태에 곧바로 적용했다. 국내도 전염병 안전지대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더 늘어도 우리는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는 원격의료를 실행할 방법이 없다. 한시가 급한 데도 관련법을 바꿔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의 역습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많은 접촉자를 일일이 찾아내 격리 조치하고 의료인을 감염 위험 지대에 그대로 노출시킬 것인가.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계속 높아진다. 특정 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볼모로 잡는 일은 이제 그쳐야 한다.


김인순 ICT융합부 데스크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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