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99>세 개의 원에서 찾는 혁신

Photo Image

왈그린스.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실상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른바 '드러그 스토어' 체인이다. 매출은 미국 약국 체인 CVS의 다음이지만 매장은 단연 더 많다. 1901년에 창업됐으니 100년을 훌쩍 넘긴 '영년기업'이다.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코크 왈그린 3세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다. 왈그린은 고개만 저었다. 몇 번이나 계속 묻자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게 아니라니까. 성공 공식이라고 느낀 순간 곧장 그 길로 달려간 것뿐이에요.”

많은 기업엔 성공신화가 있다. 물론 한 가지 비법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다. 그렇다고 성공담이 모두 이렇지는 않다. 왈그린을 귀찮게 한 사람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의 저자 짐 콜린스였다. 그는 성공방정식을 찾고 있었다. 그것도 위대한 기업의 감춰진 성공 비결을.

콜린스가 찾아낸 왈그린스의 성공방정식은 단순했다. 최고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그리고 온전히 최선을 다하라. 2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조언에 콜린스는 마음을 빼앗긴다.

콜린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도심 중심가에서 1마일 반경에 드러그 스토어 10개를 집어넣다뇨.” 상식이 말하는 전략은 다르다. 어느 가게나 매장이든 '최소 수요'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에 첫 가게를 열면 절반은 성공이다. 그러나 언젠가 경쟁자가 나서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미리 몇 개나 가게를 열어 둘 수는 없다. 최소 수요에 못 미치면 모든 게 허사다. 그러니 가게는 일정한 간격으로 듬성듬성 내야 한다. 약국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매일 들르는 그런 곳이 아니지 않은가.

왈그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고객에게 편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번화가라면 고객에게 몇 블록이고 걸어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가게는 촘촘히 들어서야 한다. 편리함을 생각하면 교차로나 길모퉁이가 더 나았다. 마땅한 자리가 나면 잘나가는 약국을 닫고서라도 길모퉁이를 잡았다.

그 대신 편리함이 주는 해법을 생각했다. 약국이 촘촘하게 있으면 방문 고객이 늘지만 그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 그 대신 고객당 수익을 늘일 수 있는 '선택 가치'가 생긴다. 편리한 만큼 고객에게 이런저런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즉석사진 인화는 고마진 수익거리가 됐다. 이렇게 매장당 수익은 높아졌고, 벌집같이 모인 밀집 매장이라 해도 이윤을 남겼다.

콜린스는 이것을 세 가지 원이 겹치는 곳에서 찾은 성공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세 원칙 가운데 첫째는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왈그린스는 편의점형 드러그 스토어라면 1등이 가능하다고 봤다. 두 번째는 수익을 높이는 방식이다. 편리함은 고객당 수익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셋째는 성공 방식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열정을 바쳐 계속할 수 있다.

콜린스는 여기에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끼워 넣는다. 성공한 기업엔 제 각각 수익산식이 있다. 질레트라면 면도기 하나의 수익을 따져선 안 된다. 여기엔 반복구매가 생명이다. 유통기업 크로거는 매장당 수익으로 봤다. 그 동네에서 1, 2등을 못하면 접는 게 났다고 봤다. 왈그린스는 방문고객당 수익을 따졌다. 이것이라면 벌떼 매장이 문제될 게 없었다.

반복된 질문에 귀찮은 듯 답한 코크 왈그린은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렇게 단순한 개념인 것을.” 나름의 공식을 찾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 같은 큰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Photo Image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