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세계 1위 국가 도약을 위한 연구개발(R&D) 세부 로드맵을 완성했다. 향후 10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주력산업용 첨단 반도체, 저전력 신소자 등 미래 반도체 시장을 좌우할 핵심 기술 선점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2020~2029년)' 과제 기획을 완료하고 20일부터 사업 공고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 산업부는 5216억원, 과기정통부는 4880억원 등 총 1조96억원 투자를 확정했다. 최근 5년간 국가 R&D 예비타당성 사업 중 1조원을 돌파한 사례는 전무하다. 산업부는 차세대 반도체 설계기술과 장비·공정기술 개발을 맡고, 과기부는 AI 반도체 설계기술과 신소자 개발을 책임진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가 책정한 올해 예산 규모는 각각 467억원, 424억원이다.
산업부는 자동차, 첨단 가전, 의료·바이오, 에너지, 첨단로봇 등 5대 전략산업·공공수요와 연계한 시스템반도체(SoC) 설계기술 개발에 나선다. 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는 △경량 프로세서 △스토리지 △센싱 △연결·보안 △제어·구동 등 핵심기술을 발굴한다.
올해 대표 과제는 △안전 자율주행을 위해 다종 신호처리·보안을 갖춘 차량 통신용 SoC △자가 화질개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위한 통합 디스플레이용 SoC △5세대(G) 이동통신 기반 범죄예방 전자발지용 SoC △지하 매설시설 가스 누수 감지를 위한 SoC 등이다. 또 사업 종료시점에는 16K 240㎐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동 SoC와 초당 10GB 고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SoC, 초장거리 상황인지용 SoC 등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제조 경쟁력 핵심인 '미세공정용 장비·부품기술'도 갖출 계획이다. 올해부터 △차세대 메모리·고집적 SoC 제조를 위한 원자 레벨 증착장비·자동검사 기술 △열처리·중성자에 의한 소프트웨어(SW) 에러 검출기술 등을 개발한다. 사업 종료 시점에는 세계 최고 수준 '반도체 제조용 10나노 이하 공정 장비'와 '3차원(3D) 패키지 장비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한다.
과기정통부는 AI 반도체 제품 완성도·신뢰성·활용성을 고려해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 프로세서와 초고속 인터페이스, SW 등 통합플랫폼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각종 응용 분야에 맞는 서버·모바일·에지 등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플랫폼별로 세계 최고 수준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갖는 AI 프로세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 목표다.
기존 소자 한계를 극복할 초저전력·고성능 '신소자 개발'에도 착수한다. 이를 위해 신소자 원천기술 개발에 115억원을 투자한다. 목표 지향적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쟁형 R&D 방식을 적용, 3년차·5년차 등 단계별로 평가한 후 지속 지원여부를 결정한다. R&D 5년차까지 설계 분야와 공동연구 수준이 가능한 소자기술이 갖춰지면 소자·설계 융합연구를 실시해 '초전력 AI 반도체'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조기 상용화를 위한 집적·검증기술 개발에 45억원이 투입되고, 반도체 패러다임을 바꿀 도전적 기초기술 개발에도 14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이 밖에 두 부처는 분야 간 연계·협력 등을 위해 '단일 사업단'을 구성키로 했다. 사업단은 소자·설계·제조 분과로 구성되며, 부처별 R&D 전문기관과 사업기획·평가·관리 분야별 역할을 분담해 효율성을 제고한다. 사업단장은 반도체 전반에 대한 지식과 R&D 사업 경험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고, 과제 기획·관리와 성과 확산 등 역할을 수행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시스템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실현을 위한 핵심부품으로, 미래차·바이오와 함께 우리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3대 신산업 중 하나”라면서 “차세대 반도체 분야 핵심기술 확보를 집중 지원해 메모리 강국을 넘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계 최고 수준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유능한 인재 유입, 민간 투자 촉진 등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붐을 일으키겠다”면서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1등 국가로 발돋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